집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우리가 하는 일상적인 활동의 대부분에는 집이라는 바탕이 깔려 있다.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고 따뜻한 주거 생활을 누리고, 여기에서 생활하는 활력을 얻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정책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주택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주택의 대량 공급에 힘써왔고, 최근에는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의 주거안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정책 대상도 주택에서 주거로 전환되었다. 그 결과, 주택정책은 외견상 상당한 성과를 얻었으며 국민 주거수준도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주거상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여전히 해결 과제가 남아 있으며 정책의 목표나 대상, 범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책의 중심이 주택에서 주거, 물리적인 주택에서 사람으로 변하고 있지만, 이제는 홈(home)이라는 개념을 폭넓게 생각할 시점이다. 홈은 주택의 의미를 가지면서 가정의 의미도 포함한다. 이는 편안하고 따뜻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주택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은 복지와 창조라고 할 수 있다. 주거복지는 대표적인 복지실현의 하나로 홈의 개념을 포함하는 주택에서 보다 활기차게 나타날 것이다. 창조적인 활동 역시 쾌적하고 안정된 주거생활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지금까지 생각했던 주택의 관점을 넘어서 홈을 만들어간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홈의 생산성(home productivity)이란 집에서 하는 가사노동 같은 경제활동뿐 아니라 편안하고 안정된 주거는 사람들의 경제적, 사회적 활동을 더욱 활발하고 창조적으로 만들어준다는 의미다. 많은 선진국에서도 안정된 주거가 사회 발전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을 가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태까지의 주택정책은 투자와 건설이라는 일차적인 효과를 염두에 두었지만, 이제부터는 홈의 개념에 바탕을 둔 복지의 실현과 창조적 경제활동을 유도하는 이차적인 효과를 더욱 중요하게 다루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먼저 주택정책의 중요한 요소들인 건설, 공급, 배분, 관리정책 등을 홈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큰 틀을 만드는 노력이 요구된다. 지금도 건설, 공급, 배분, 관리 등은 주택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는 있다. 그렇지만 이들 요소를 홈을 만들어간다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유기적으로 묶어주는 정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책의 성과가 반감되고 주거복지의 실현이나 창조적 활동을 뒷받침하는 효과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생각할 것은 개인 또는 가구의 생애주기에 적합한 주거지원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생애주기 주택정책이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생동안 예측가능하면서 점차 더 나은 주거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미래가 불확실하거나 좋아진다는 희망이 없으면 우리 사회는 활력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주택정책의 목표를 물리적인 주택공급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생활공간을 만든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건설기준이나 규제를 사회경제의 변화에 맞추어 재편하는 문제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과 인식의 전환을 통해 우리 사회는 복지와 창조라는 두 가지 과제의 달성을 위한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손경환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