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보다 뜨거운 한전‘ 여름나기’
지난 25일 오후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11층 조환익 사장실을 찾았다. 후텁지근한 사무실 내부에는 선풍기 하나 켜져있지 않은 채 벽면 한쪽의 온도계는 30.5도를 기록 중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고강도 절전대책을 유도하는 한국전력의 사장으로서 솔선수범의 모습을 보이는 차원으로 보여진다.
사장실도 이 정도다 보니 한전의 일반 사무실은 이미 찜통이다. 한전은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 조명등 2만5000개도 이번에 고효율 LED 조명등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력수급 경보 ‘준비’가 발령되면 조명 50% 소등 및 냉방기 50% 가동이 중지되고 ‘관심’ 단계 시에는 조명과 냉방기가 모두 가동 중지된다. 사실상 6월 들어 공휴일과 주말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경력 경보가 발생했던 것을 감안하면 한전 직원들은 올여름을 컴컴한 사무실에서 에어컨 없이 지내야 한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의 근무 패턴이 바꾸고 있다. 점심시간은 기존 12시에서 한 시간 앞당긴 11시로 바뀌었다. 전력 수요를 분산하는 데 일조하려는 차원이다. 때문에 삼성동 한전 인근 식당들도 점심 준비 시간이 1시간 당겨져 확산 효과를 내고 있다.
복장도 바뀌고 있다. ‘쿨 맵시’로도 불리는 시원하고 간소한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으로 출근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 내부적으로는 아직 반바지까지는 아니어도 훨씬 유연한 복장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사무실 온도 28도 이상 유지는 기본이고 사업소별로 에너지지킴이를 지정해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하는지 감시 인력까지 두면서 전 직원에게 절전을 습관화하도록 만들었다. 한 여직원은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사무실에서 더위에 적응하다 보니 귀가해서도 자연스럽게 에어컨을 안 켜게 됐다”며 절전의 생활화가 이미 몸에 체득됐다고 말한다.
이미 한전 직원들의 스마트폰에는 ‘사옥 전력사용량관리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이 깔려 있다. 실시간 전력량, 시간ㆍ날짜별 사용량을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게 해 전 직원의 절전 캠페인 홍보대사화를 이끈다는 전략이다.
전력수급 비상에 대비해 전력계통운영센터와 지역급전소, 급전분소 및 변전소 근무자를 대상으로 순환단전 모의훈련도 펼치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자는 취지지만 직원들은 실제상황 같은 긴장감 속에 훈련을 받아들이고 있다. 전력수급경보에 따른 SMS 발송으로 단계별 조명 및 냉방기 절전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일반 기업과의 절전 관련 협력체계도 구축 중이다. 일단 반복되는 전력난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수요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지난달 15일 LG전자와 ‘시스템에어컨 수요관리 시범사업협약(MOU)’을 맺고 이달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윤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