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유동성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자금이 돌지 않자 일부 은행은 이미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대출 및 어음 할인을 아예 중단하고 금리도 인상하고 있다. 금융 시장의 신용 경색이 이미 일반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목표치인 7.5% 달성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물경제로 도미노 확산=26일 중국 신징바오는 베이징의 일부 은행이 최근 지점에 부동산담보 대출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형 은행의 고객관리부장은 “은행 간 자금 경색으로 돈이 아예 나오질 않고 있다. 이미 대출 심사가 완료됐어도 대출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중단뿐만 아니라 시중 은행의 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대출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주만 해도 7.8%였던 1년 만기 기업 대출금리가 10%로 치솟았다. 베이징의 대부분 은행은 첫 주택 대출 시 금리를 15% 할인해줬으나 최근 할인 폭을 5~10%로 줄였다. 또 일부 중소 규모 은행은 새로운 고수익 자산관리 상품을 무더기로 출시해 만기가 닥친 기존 상품의 지급을 ‘돌려막기’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대출을 중단하자 부동산 시장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이미 계약이 완료된 거래도 대출이 가로막히면서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대출을 신청해서 받기까지 통상 20일 정도 걸렸으나 유동성 위기 여파로 대출 가능 여부조차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고 한다.

또 일부 중소 은행은 한도 소진을 이유로 어음 할인을 중단했다. 뿐만 아니라 4대 은행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어음 할인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이 가진 어음의 지불기일이 돌아오기 이전에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어음을 은행에 주고 이자를 제외한 금액을 받는 것으로 은행 융자의 한 형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비록 분기 말이라 자금이 부족하나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면서 “은행들이 이런 기본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것에서조차 제약을 받는다는 것은 자금난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런민은행 유동성 지원 등 진화 나서=런민은행은 지난 25일 오후 늦게 성명을 통해 공개 시장 조작과 단기 유동성 조작 등의 조치를 통해 시장의 비정상적인 변동을 막겠다며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런민은행은 이날 성명에서 최근 은행간 단기 금리가 급등한 이후 일부 금융기관에 대해 유동성 지원을 강화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정확한 액수나 지원한 은행 명칭 등은 밝히지 않았다.

중국 단기 금리 지표인 상하이은행 간 금리 시보(SHIBOR)는 지난주 한때 사상 최고치인 13.44%까지 치솟았다. 런민은행은 최근 단기 금리 급등 현상은 빠른 신용 성장과 사업소득세의 과세 집중, 환율 변동 및 단오절 연휴에 따른 현금 수요 급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계절적 요소와 함께 시장 공황 상태가 안정되면 지금의 자금 경색 또한 점차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도 공개 시장 조작과 단기 유동성 조작(SLO), 단기 유동성 지원창구(SLF)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신중한 통화 정책을 펼쳐 시장의 비정상적 변동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최근 유동성 위기에도 시장 개입을 하지 않겠다던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다.

이에 대해 수가오 에버브라이트 이코노미스트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중앙은행이 중국 금융 시장의 쓰나미를 보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시장금리는 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메시지를 “긴장을 완화시키는 약을 처방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하강 위험=최근 중국의 유동성 위기는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 등 중국 경제의 3대 잠재 리스크 해결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중국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라면 중국이 단기적으로 성장률도 포기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 금융기관의 유동성 증가 속도가 예상외로 빠르게 둔화하고 투자 증가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과정에서 기업의 도산이 늘어나고 은행의 부실 채권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중국이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인 7.5%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는 것이다.

24일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중국의 자금 경색이 은행 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S&P는 중국 당국이 콜금리 급등을 좌시한다면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 성장에도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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