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주부 A(33)씨는 지난해 말 육아로 회사를 그만두면서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월지급식 채권형 펀드에 퇴직금 1억원을 쏟아부었다. 저금리에 마땅히 돈 넣어둘 곳을 찾지 못한 데다 꼬박꼬박 월급처럼 월수령액이 지급되고, 이머징 시장에 투자해 경기회복시 고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창구 직원에 말에 망설임없이 가입했다.
월 70여만원씩 받던 그는 최근 별 생각 없이 수익률 체크에 나섰다가 깜짝 놀랐다. 최근 한달간 수익률이 -9%대였다. 이대로라면 만기시 오히려 원금 손실이 날까 걱정이다
위기 속 효자 역할을 하던 ‘채권’이 이젠 애물단지가 됐다.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면서 점차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 이른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나타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해외채권형 3개 중 1개는 한달간 -5% 이상 손실=27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해외채권형펀드 143개 가운데, 최근 한달 간 5% 이상 손실구간에 들어선 펀드는 모두 51개에 달한다. 셋 중 하나가 넘는 셈이다.
이 중 ‘산은브라질채권펀드’와 ‘알리안츠PIMCO이머징로컬 채권펀드’ 최근 한달간 수익률이 -10%대일 뿐 아니라 3개월간, 6개월간, 연초 이후 수익률이 모두 -10% 부근이다.
이 밖에도 최근 통화가치가 하락한 이머징 채권펀드의 수익률 하락이 두드러진다.
‘하나UBS글로벌이머징국공채펀드’는 일반형과 월지급식 모두 수익률이 저조하다. 특히 월지급식의 경우 연초후 수익률이 -11%대로, 올초 이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만기 시 받아놓은 월지급액을 도로 토해내야 할 지도 모른다.
‘KB이머징국공채인컴펀드’와 얼라이언스번스틴의 ‘AB이머징마켓채권펀드’의 수익률도 연초 후와 최근 한달 모두 -7~-8%대에 머무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해외채권형 펀드에서 한달간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하는 등 투자심리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글로벌하이일드채권형에서도 최근 한달간 4182억원의 자금 유출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머징채권과 하이일드 채권 모두 상황이 좋지 못하다”면서 “특히 지난해 글로벌운용사들이 많이 판 하이일드채권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향후 수익률이 악화될 수 있고, 이머징의 경우 대외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당분간 보수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994년에서 얻는 해외채권투자 교훈=이머징 시장의 자금 이탈과 금리 급등, 채권가격 약세는 1994년과 닮아있다.
당시 미국은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연방준비위원회(Fed)가 1994년 2월부터 1년간 정책금리를 3%포인트 이상 인상하면서 미국 채권금리도 급등했다. 당시 미국은 경기 회복이 상당히 진행되면서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실업률과 산업지표가 양호하게 나타났다.
문제는 이웃 멕시코였다.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던 멕시코는 미국과의 높은 금리차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었으나,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멕시코에 들어온 자금이 대거 이탈했고 이에 환율도 폭등했다.
이 위기는 다음해는 아르헨티나 등으로 확산됐고 외환위기를 몰고왔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머징 대비 달러화 강세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1994년 당시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달러화 강세 속도가 완만해지고 이머징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유럽의 경기회복 모멘텀이 강하게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 강세가 진행되는 한 이머징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등 수급에 의한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불안감에 채권, 주식 할 것 없이 자금 이탈이 나타나고 있지만 출구전략에 이어 하반기 경기회복이 가시화된다면 최대 위험자산은 주식이 아닌 채권”이라며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비중 축소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해외 투자은행(IB)의 의견도 자산배분에서 채권 비중을 줄여나갈 것을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주식으로 주도권이 바뀌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2015년까지 이어질 것’이라 밝혔고, 노무라와 씨티, UBS, 모건스탠리 등도 채권 비중 축소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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