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차 무명배우서‘ 新예능대세’로 떠오른 조달환
‘우리동네 예체능’서 탁구실력 하나로 ‘인생역전’ 어린시절 육상·탁구로 이름날린 체육 엘리트
“욕심 버리니 좋은기회 오고 사람도 생겨 최고의 배우 이전에 먼저 사람되려고 노력”
영화 ‘색즉시공’의 B급 코미디를 공유했던 세대라면 그의 ‘강렬한 한 방’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달환(33)에게 예능 한 편이 없었다면 아직 그는 13년차 무명 배우다. 이젠 조달환의 이름 앞에 ‘신(新)예능 대세’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탁구를 매우 잘 쳐 하루아침에 인생역전이다. 이를 두고 방송가에선 ‘신의 한 수’라고 부른다. 드라마와 영화에선 내내 ‘나쁜 놈’이었지만 예능에 들어가면 숙맥도 이런 숙맥이 없다. 재주도 많다. ‘탁구의 신’인 줄만 알았더니 캘리그라피의 달인이고, 그것으로 아트테라피도 나서는 힐링전도사였다.
수식어도 많은 ‘양파남’ 조달환을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지난 13년을 하루아침에 역전시켰다지만 너무 긴 시간이었다. 만 스물을 넘기며 연예계에 입문했다. 예능 초짜? 설마, 그럴 리 없다. 조달환에게 첫 예능은 ‘천하제일 외인구단’(KBS2)이었다. 기회도 많아 주ㆍ조연 자리를 노상 꿰찼다. 열심히도 했다. 그런데 13년이다. “왜 인제 와서”라며 고개를 갸웃하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나를 내려놓으니 좋은 기회들이 오기 시작했어요. 주변이 좋은 사람들로 채워지더라고요. 자꾸 도와주는 사람들이 생겼어요. 그게 지금이에요.”
순천에서 태어나 해남, 부산, 여수를 품었던 ‘바닷가 소년’이었다. 바다를 벗 삼고, 어머니를 스승 삼아 지내던 날들을 거쳐 평택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던 조달환은 학생회장(평택 신흥고)까지 했을 만큼 내신 성적도 좋고, 다른 사람을 웃기는 데에도 탁월한 유쾌한 소년이었다.
“뭐든지 열심히 했어요. 욕심도 많았고, 승부욕도 있었어요. 20대까지는 무조건 잘하고 싶기만 하던 때였어요.”
소년 조달환의 승부욕 일화는 다시 탁구와 만난다.
고교 시절의 조달환은 일명 ‘똑딱볼 탁구’로 평택시에서 상까지 받았다. 사실 초등학교 땐 육상 선수였고, 운동이라면 뭐든지 만점을 받던 체육 엘리트였다. 타고난 승부욕에 일단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했으니, 무엇이든지 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24세의 유승민 선수가 탁구로 금메달을 따던 영광의 순간을 바라보며 다시 탁구를 시작했다. 무심코 동호회에 들어갔는데, 탁구로 이름을 날리던 소년의 예전 실력은 온데간데없었다. 단 1점을 내기도 어려웠다. 그때부터 레슨을 다니고, “6개월 만에 동호회를 평정했다”고 한다. 1년 만에 전국 대회에서 메달도 땄다니 대단한 근성과 승부욕이라고 스스로도 감탄한다.
고교생 조달환은 자신과 똑 닮은 ‘송어’ 속 김인권을 우상 삼으며 배우를 꿈꿨지만 그의 소년 시절은 꿈에 안주할 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아홉 살(호적상으론 8세)에 돌아가신 아버지, 홀로 된 어머니와 조달환 형제의 삶에는 ‘생활보호 대상자’라는 딱지가 붙었다. 어머니의 육십 평생은 월세를 벗어난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먹고살기 어렵지 않았다”고 말한다.
“돈이요? 많으면 좋겠죠. 하지만 수억원을 번다고 행복할 수 있을까요. 어머니는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라고, 성공하기 이전에 성공한 사람이 진짜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조달환에게 어머니는 인생의 스승이었고, 위대한 철학가였다. “당신보다는 나의 인생을 살라”는 어머니가 있었기에 조달환은 인생의 바다에서 거친 파도를 맞으면서도 꿈을 키울 수 있었다. “키우는 게 아니라 자라는 걸 돕는 것이라고, 너와 내 생각이 분명히 다르니 너의 길을 가라”고 했던 어머니 덕분이었다.
배우를 꿈꿨지만 ‘예능 대세’로 주목받는 지금도 조달환에겐 큰 선물이다. 무엇보다 어머니의 깊어진 주름 안에 피어오른 미소를 보는 것이 행복하다. 이젠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의 개수만큼 써내려 갈 필모그라피도 많다. 2001년 SBS 드라마 ‘허니허니’를 시작으로 ‘색즉시공’ ‘두사부일체’ ‘해신’ ‘동갑내기 과외하기 2’, ‘댄싱퀸’ ‘공모자들’ ‘인현왕후의 남자’ ‘천명’, 그리고 ‘우리동네 예체능’. 하지만 그는 또 다른 배우를 꿈꾼다.
“어머니는 부모라는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가장 잘 수행한, 최고의 배우예요. 강호동ㆍ이수근 선배도 ‘우리동네 예체능’이라는 한 판 안에서 가장 진정성 있는 역할을 소화한, 훌륭한 배우고요. 그런 배우를 꿈꿔요. 배우가 되기 이전에 먼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게 최고의 배우니까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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