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19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은 서울, 인천 경기 지역에서 온 취재진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영길 인천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공동합의문’을 발표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모든 취재진은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 연장과 관련된 논의가 주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이들 3개 시ㆍ도 단체장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한 요구안만 쏟아냈다. 기존에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에서 개별적으로 요구했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처리와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이었다.

가장 관심을 보았던 수도권매립지 등 3개 시ㆍ도 지자체가 얽혀있는 민감한 사안은 합의문 맨 마지막 부분에 “지속적으로 논의한다”로 모호한 표현으로 마무리됐다.

황보연 서울시 정책기획관은 “수도권매립지 관련해서 구체적 방안 및 협의기한 등 어떠한 실무 협의도 아직 없었다”며 “기자회견 전 세 단체장이 비공개 조찬을 갖는만큼 이 자리에서 더 나아간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 역시 “사실 오늘 가장 핵심은 지역현안에 대해 세 단체장이 직접 만나 협의하는 부분”이라며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따로 김문수 단체장에게도 말씀드렸다”며 ‘반짝 발표’의 기대감을 높였다. 세 단체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한시간 가량 조찬을 함께하는 비공개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진척사항은 없었다. 오히려 뚜렷한 입장차만 확인할 수 있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지속적으로 논의한다는 뜻이 협의에 나서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수도권매립지 사용은 2016년 종료돼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불과 5분 전 합의문을 함께 들고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더니 갑자기 장내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송 시장의 답변에 당황한 듯한 박원순 시장은 “오늘 수도권매립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송영길 시장은 “오늘 기자회견의 주요 내용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등의 내용”이라며 수도권매립지 관련 질문에 불편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인천시는 한발 더 나아가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수도권매립지는 2016년 종료돼야 한다”는 내용의 팸플릿을 취재진들에게 직접 배포했다.

‘알맹이 없는’ 기자회견에 한 경기도 한 고위관계자는 “솔직히 지역현안을 뺀 합의 내용은 실무진 선에서 다 합의를 본 내용이다. 이견이 전혀 없다”면서 “세 단체장이 오늘 만나 해야 할 일은 지역현안문제에 대한 논의인데 이부분에 대해 어떠한 결과물이 없으면 솔직히 만날 필요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환경부가 해결 메뉴얼을 내려줘야 하는데 아직 안줘서 단체장들끼리 수도권매립지 관련 논의를 하기 힘들다”며 민망한 상황을 애써 무마하려고 했다.

수도권 3개 시ㆍ도에 수도권매립지만큼 시급한 문제가 또 있을까.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한 요구는 있되 지자체간 역할과 책임은 실종된 합의문은 그래서 싱거웠다. 과연 세 단체장은 1시간동안 같이 밥을 먹으면서 도대체 무슨 대화를 나눈 것일까. 역시 정치하는 단체장들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