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집 ‘마이 러브’로 돌아온 라이브의 황제
기존 발라드서 힙합·레게까지 곡의 느낌에 충실한 창법구사
동시대적 음악을 시도하고 현재 대중과 호흡하는 자세 안갯속 대중음악 한가닥 빛
가수 이승철(47)이 18일 11집 ‘마이 러브(My Love)’를 발매했다. 수록곡 9개는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이승철이 기존의 방식과 변화 사이에서 고민하며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자체는 큰 의미를 담는다. 그는 이미 수많은 콘서트에서 완벽한 소통을 자랑하며 ‘라이브의 황제’로 불린다. 그러니 큰 변화를 모색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 ‘애절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는’ 창법을 고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승철은 기존 히트 창법에 머무르지 않았다. 이승철의 새로운 시도가 대중성 측면으로 봤을 때 잘한 것인지는 판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아이돌 음악이 시시해지고, 그렇다고 시니어가 대안도 아니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현 대중음악계의 상황에서 적어도 롤모델이자 멘토나 조언자 역할은 해줄 수 있다고 본다.
이승철은 11집의 전반부는 전해성이 작곡한 기존 발라드곡들을 대거 배치했다. 전해성은 2004년 7집인 ‘긴 하루’와 2009년 10집 ‘손톱이 빠져서’ 등으로 이승철과 호흡을 맞춘 작곡가다. 수록곡의 순서는 30명의 이승철 열혈팬이 들어보고 난 후 투표로 결정했다. ‘사랑하고 싶은 날’ ‘마이 러브’ ‘그런 말 말아요’ ‘런 웨이’ 등 전해성의 곡들이 앞부분을 차지한 것은 이승철이 전해성의 노래를 가장 잘 소화하고 그런 감성을 대중이 좋아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해성의 발라드라도 트렌디한 감각을 중시했다. 미리 만들어놓은 노래가 아니라 트렌드와 색깔, 분위기를 위주로 했다. 자신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슈퍼스타K’ 참가자와 시청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마이 러브’는 나흘 만에 만들어진 노래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창법도 기존 방식과 달리하니 새로움이 느껴졌다. 바이브레이션과 애드리브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일관하지 않고 오히려 투박하고 거칠기도 했다.
“ ‘긴 하루’ 이후 힘을 빼는 창법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힘은 뺐지만, 두께는 굵어지고 가압은 세졌다. 일부러 목이 쉬었을 때도 녹음한 적이 있다.”
이승철은 창법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승철표 발라드란 게 무언지 잘 모른다고 했다. 곡의 느낌에 가장 충실하게 부르는 것이다. 곡이 창법을 이끈다고 했다. ‘사랑하고 싶은 날’을 창법에 신경 쓰지 않고 노래 속에 있는 묘한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부르다 아내로부터 “이 노래 주인공이 누구야?”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기존 스타일의 곡들은 트렌드와 디테일, 느낌 등으로 새롭게 만들었다면, 11집 후반부 곡은 새로운 장르적 시도로 변화를 만들어냈다. 동아방송대 08학번 학생들이 만든 ‘늦장 부리고 싶어’는 이승철이 처음 시도한 힙합 스타일로, 어설프지만 신선한 면도 묻어 있다. 후배들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흥미롭게 들린다. 이 대학 정수경 양이 작곡한 ‘40분 차를 타야 해’는 이승철이 지금까지 부른 노래와는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 난다. 이 노래에 대해 이승철은 “실제로 학교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느낀 감성을 그대로 표현한 이 노래를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가사 멜로디 편곡이 단순한 발라드가 아니더라”고 했다. 전해성이 만든 ‘비치 보이스’는 여름을 겨냥한 레게풍 곡이다. 이승철에게 낯선 장르인 후반부의 곡들은 전반부보다는 이승철 스타일에 충실하게 부름으로써 어색함과 낯섦을 줄였다.
아무래도 중년은 청년들과 섞여 있으면 뭔가 처지는 느낌이 든다. 그것이 스피드이건, 감각이건, 느낌이건 하나는 늦어 답답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승철은 ‘슈퍼스타K’에서 감각이 젊다는 점을 보여줬다. 직관이 발달돼 있어 생각한 바를 바로 말하는 속사포형이다. ‘힐링캠프’에서는 요리하는 모습과 귀엽고 진솔하면서 재치 넘치는 매력까지 보여줘 ‘중년의 귀요미’로 떠올랐다.
중년 가수이면서도 과거를 그대로 파는 추억과 복고적 마케팅이 아닌 동시대적인 음악을 시도하고 현 대중과의 광범위한 호흡을 이뤄내고 소통을 시도하려는 자세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것이 정답 없는 대중음악계의 정답일 수 있다. 그런 행보가 조용필에 이어 이승철에게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