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어바흐(독일)=김대연 기자]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탁월한 부품 기술로 이른 바 ‘기술의 마피아’로 불리는 슈퍼갑(甲) 보쉬(Bosch). 독일 포이어바흐(Feuerbach) 공장은 이 같은 보쉬의 수많은 국제 생산 네트워크 중에서도 가장 높은 기술력과 효율성을 자랑하는 ‘선도 공장(lead plant)’이다. 새로운 공정을 시범적으로 디자인해 적용하고,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다른 공장에 전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30여개국 3350여명의 직원들이 24시간 3교대로 디젤 차량의 핵심 부품인 커먼 레일 펌프(연료 고압펌프)를 생산하고 있었다.
지난 13일 오전(현지 시간) 보쉬 본사가 있는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에서 북서쪽으로 약 15분 정도 차로 달리자 바로 포이어바흐 공장이 나타났다. 입구 안으로 들어서자 잘 정돈된 건물과 자유롭게 담소를 즐기는 직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굵기가 심상치 않은 나무들이 아니었다면 101년의 공장 역사를 유추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25개 브랜드에 납품, 현대ㆍ기아 R엔진도 ‘보쉬’ 제품= 공장에선 디젤 엔진에 들어가는 커먼레일 시스템용 고압펌프, 그중에서도 주력 제품인 CP4를 만들고 있었다. 커먼레일은 연료의 압력을 끌어올리는 고압펌프와 이를 여러 실린더에 골고루 나눠주는 레일, 그리고 분사하는 인젝터 등으로 구성된다. 디젤 연료를 최대한 압축할 수록 분사되는 입자가 작아져 완전 연소에 가까워진다.
전자식 커먼레일 시스템은 지난 1997년 보쉬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 이전에는 기계식으로 했기 때문에 압축된 연료의 압력이 지금의 약 10분의 1에 불과했다. 델파이, 콘티넨탈 등 경쟁사들이 나타나기 전까지 무려 10년간을 보쉬는 독주했다. 현재 포이어바흐 공장에서 생산되는 고압펌프는 4세대로 지난 2006년 부터 양산이 시작됐으며 7년만인 2011년 12월 ‘1000만대’ 생산을 돌파했다. BMW, 폴크스바겐, 아우디, 혼다, 볼보 등 작년 기준으로 25개 브랜드에 약 95종의 펌프가 제공되고 있다. 정종훈 포이어바흐 CP4라인 한국담당 매니저는 “현대차 투싼과 싼타페, 기아차 쏘렌토, 카니발, 스포티지 등에 장착된 R엔진에도 보쉬의 고압펌프가 들어간다”고 전했다.
커먼레일은 보쉬의 핵심 수익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매출 76조원을 기록한 보쉬 그룹은 자동차부문에서 45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또 그 가운데 대부분을 커먼레일, 가솔린 직분사 인젝터, ABS, ESP 등에서 달성했다.
클라우스 볼러 보쉬 그룹 디젤시스템 사업부 수석 부사장은 “지난 1927년 처음 생산한 ‘펌프1’이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 앞으로 20년 더 생산해 100주년 기념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며 “(보쉬는) 누구나 할 수 없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디젤 엔진 기술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는 만큼 향후 5~6년까지 연비가 20%~25% 가량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량률 0.3%’, 16가지 테스트 거쳐야 고객 앞으로= 보쉬의 CP4 생산 라인은 체코에 6개, 그리고 이곳 포이어바흐 공장에 5개가 있었다. 포이어바흐 공장에서 하루 생산하는 CP4는 총 1만개에 이른다.
조립라인은 완성차 조립라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사각형 모양의 공장에 2개의 조립라인이 한줄로 배치돼 있었고 그 옆으로는 부품들이 쉴 새 없이 도착했다. 조립은 손톱만한 메모리칩을 CP4 몸체에 부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트랜스폰더’로 불리는 이 칩은 각 단계에서 제대로 조립이 이뤄지는지를 기록한다. 공정을 완벽하게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다. 제품 하자 발생시 추적해, 공정을 분석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칩을 달고 난 뒤 캠 샤프트를 장착하고 나사와 밸브, 그리고 실린더 헤드를 부착했다. 이곳을 비롯한 11개 라인의 생산량은 천장에 매달려 있는 LCD 모니터에 실시간 체크돼 나타났다.
조립이 끝나면 곧바로 헬륨가스를 통한 1차 누유 체크를 실시한다. 하지만 이제 부터가 시작이다. 전수조사를 기본으로한 테스트 공정이 전개되는 것이다. 디젤과 비슷한 기름으로 다시 한번 누유 테스트를 실시한다. 그리고 또 다시 물속에 펌프를 집어 넣는 버블(거품) 테스트를 거친다. 엔진 구동과 동시에 CP4가 작동할 수 있도록 정밀 카메라를 활용, 캠 샤프트(엔진과 펌프 연결) 위치를 조절하는 작업은 바로 다음이다. 이어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포장을 하고, 육안 검사를 진행한뒤 최종적으로 바코드를 붙인다. 바코드 공정 옆 팻말에는 ‘다음 공정은 우리 고객사에게 간다’는 문구와 함께 수십 곳의 고객사 엠블럼이 부착돼 있었다.
이곳의 불량률은 0.3% 수준. 독점 구도가 깨진 이후 쟁쟁한 경쟁자들이 출현했지만 여전히 시장 점유율 50%~6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 매니저는 “높은 품질과 낮은 불량률이 보쉬의 경쟁력”이라며 “오더(주문)를 하면 24시간 뒤에 곧바로 부품을 공급할 정도로 생산 및 인력 시스템이 유연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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