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ㆍ강승연 기자]“야심한 시각에 홀로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이 늘 불안하죠. 취객이나 강도를 만날 수도 있는데, 택시 안에 증인이 없잖아요”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홍모(65) 씨는 “블랙박스가 택시기사에게 꼭 필요하지만, 제도적ㆍ경제적 지원이 부족해 불만”이라고 말했다.

차량의 운행영상을 기록하는 블랙박스가 교통사고 발생 시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큰 역할을 하지만, 각종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택시기사를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차량 내부카메라를 장착할 수 없다는 점. 2011년 9월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택시 승객 얼굴 정면을 촬영하거나 음성 녹음을 하게 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때문에 서울시가 지난 2009년부터 법인택시 블랙박스 설치비를 지원할 때도 전방카메라만 달도록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최근 주취폭력이나 택시 강도 범죄가 빈발하다보니 불안해하는 노조원들이 많다. 노조 측에서는 내부카메라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시에서는 법을 들어 불가능하다고 한다. 범죄 예방 차원에서 개인택시기사들은 사비를 들여 내부카메라를 설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블랙박스 사후관리비를 택시기사에 전가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홍 씨는 “사납금 10만5000원과 가스비를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도 없는데, 8000원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비용까지 기사에게 떠넘겨 부담이 크다”고 했다.

법인택시기사 우모(60) 씨는 “메모리카드 용량이 2기가로 영상을 기록하는데 충분치 않아 회사에 좀 더 대용량 메모리로 교체해달라고 했지만 안 된다는 말뿐이었다. 차량사고가 나더라도 혹시 영상이 지워졌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예 블랙박스가 고장난 경우도 있었다. 하모(60) 씨는 “블랙박스가 있긴 하지만, 부도난 제조업체의 제품이라 수리가 어렵다. 혹시라도 고장나면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재 서울시내 등록택시 7만2000대 중 58%에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