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집행에 나선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 명의의 은행 대여금고를 찾아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과 아들들의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하고, 이들의 최근 20년간 증권거래 내역확보에 나서는 등 이번 추징을 ‘수사’로 승격했다. 앞서, 소장 미술품중 중요 작품등이 빠져있는 등 생각만큼 결실을 보지 못하자 미납추징금 확보를 위한 강제수단 사용에 나선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미납 추징금 환수팀(팀장 김형준)은 대대적인 은행 대여금고 압수수색에 나선 결과 전 전대통령 일가 명의의 은행 대여금고 7개를 찾아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이 확인한 금고 안에는 예금통장, 금, 보석등 귀금속, 은행 송금자료 등이 쏟아져나왔다. 금고 안에서 거액이 예치된 예금통장 50여개와 금ㆍ다이아몬드 등 귀금속 40여점이 나왔다. 검찰은 특히 금고에서 자금 이동 내역이 담긴 각종 송금 자료를 확보하고 정밀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검찰은 통장 예금과 귀금속들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되면 전액 환수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2012년, 서울시는 1000만원 이상 지방세 체납자에 대해 이들이 보유한 은행 대여금고를 봉인하고 세금 납부를 권유했다. 이 과정에서 전 전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는 세무사 사무실 직원을 통해 “봉인된 금고에 중요한 서류가 있으니 밀린 세금을 자진 납부하겠다”며 1억 400만원에 이르는 밀린 세금을 완납하고 대여금고 봉인을 푼 바 있다. 이에 따라 이씨의 대여금고에 있던 ‘중요서류’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관리와 관련된 서류가 아니냐는 추측이 돈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은행 뿐 아니라 국내 증권사들에게도 ‘금융거래 정보 제공 요구서’를 보내 전 전 대통령과 장남 재국씨, 재용씨의 대여금고 가입 내역과 현황 일체를 요청했다.

검찰은 또 이날 전 전 대통령과 아들들의 최근 20년간 증권 거래 내역 확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전 전 대통령과 아들들에 대해 피의자로 적시해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다. 추징을 수사로 전환한 것이다.

수사로 전환한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가 최근 매각한 고급 빌라 2채도 압류하고 이 빌라를 산 매입자를 23일 소환조사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용씨는 지난달 27일 이른바 ‘전두환법’으로 불리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당일 빌라를 급히 매각한 것으로 조사돼 추징을 피하기 위해 위장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재용씨의 회사 비엘에셋은 시세 40억 원대의 빌라 2채를 급매로 내놓으며 30억원에 판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이같이 수사로 전환한 것은 압수한 미술품들이 생각만큼 가치가 없어 환수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민 의원의 주장과는 달리 재국씨의 소장품 중에는 천경자 화백의 그림이 없었으며 데미안 허스트등 유명 화가의 그림도 판화본에 불과해 값어치가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전씨 일가가 압수에 대비해 작품을 ‘바꿔치기’했거나 미리 팔아 현금화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한편,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 명의의 30억원짜리 개인연금을 압류한 것과 관련, 전 전대통령 측은 “(이 씨가) 선대로 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다”며 압류조치를 해제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