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도운(인천) 기자]얼마전 MBC 방송에서는 뜻깊은 기념행사가 있었다. 항공촬영 관련 ‘헬기 무사고 5000시간 기록’ 기념이었다. 지난 1996년 11월 도입 후 17년 동안 사고 한번 없이 이 헬기를 통해 항공촬영된 모든 영상들이 MBC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이날 무엇보다도 남다른 감회를 느낀 직원이 있다. 다름아닌 MBC영상미술국 헬기촬영 카메라감독 김종길(57) 국장이다. 헬기 도입부터 지금까지 헬기와 함께 하면서 항공촬영을 통해 생생한 현장 화면을 안방극장에 전달해 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기념행사 날인 지난 17일을 기준으로 208일 동안 꼬박 하늘에서 헬기를 타고 밤낮없이 항공촬영만을 해 온 장본인이다.
“인생과 바꿀 수 없을 만큼 저에게는 뜻 깊은 행사였습니다. 5000시간 무사고 헬기촬영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은 기념할만한 일입니다. 가문의 영광이기도 하죠.”
이제 김 국장에게는 헬기촬영의 ‘대가(大家)’, ‘지존(至尊)’,‘죽음을 마다한 하늘의 사나이’ 등의 대명사가 붙을 만큼 방송계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헬기촬영을 통해 뉴스 현장의 보도 생중계를 시작으로 드라마, 연예오락, 다큐멘터리,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 가장 잊지못할 항공촬영은 이미 고인이 된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의 ‘1, 2차 소떼방북’이었다. 헬기도입 2년 후인 지난 1998년 6월과 10월 소떼를 몰고 북한으로 향하는 생생한 항공화면을 쉴새 없이 촬영한 우리 민족사의 대사건을 담당했던 것이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감동적이였죠. 우리 민족사에 길이 남을 생생한 화면을 제 손으로 직접 촬영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또 그에게는 울릉도와 경북 봉화를 오가는 숨가쁜 일도 있었다. 지난 2009년 5월 울릉도에서 개최된 국제요트대회 중계방송을 위해 갔다가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본부 연락을 받고 바로 봉화 현장으로 날아간 것이다.
당시 노 대통령의 장례가 MBC방송을 통해 항공촬영된 생중계 장면이 김 국장에게는 가장 긴 시간의 헬기촬영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헬기촬영을 하면서 내내 가슴이 아팠습니다. 많은 촬영을 영상에 담아보았지만 대통령이 불명예스럽게 세상을 떠나 고히 가시는 길을 생생하게 국민에게 전한다는 생각에 잠시도 눈을 피하지 않고 촬영에 임했습니다.”
지난 1964년 한강 물난리로 경기도 고양 일산이 물바다가 됐을 때 지상 방송이 어려워 항공촬영이 절실하다고 느낀 MBC가 32년만에 항공촬영에 필요한 헬기 도입을 결정하자, 김 국장이 헬기촬영 적임자로 발탁됐다. 이 때부터 헬기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지난 1996년 6~7월 캐나다 WESCAM 회사 헬기 무진동카메라 운용교육을 수료하고 이어 미국 BELL헬리콥터 본사 견학 등을 통해 헬기촬영의 기술을 습득했다.
김 국장의 헬기촬영 첫 작품은 ‘차인태의 출발 새아침’이다. 드라마는 ‘왕초’를 시작으로 ‘주몽’, ‘대장금’ 등 수많은 인기 작품들이 그의 손으로 항공촬영됐다. 김 국장은 외주사업에도 전념하고 있다. SBS의 ‘자이안트’ 드라마가 김 국장이 직접 항공촬영을 담당했다. 이밖에 CF촬영, 영화 분야 활동을 통해 회사 수익을 내고 있다. 그는 MBC 김종국 사장을 비롯한 장근수 드라마본부장과 석원혁 기술본부장, 신선희 영상미술국장 등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덕분이라고 한다.
또한 김 국장은 그동안의 헬기촬영 ‘노하우’를 토대로 지난 2010년 MBC재단 방송문화진흥회의 학술지원을 받아 세계 유일의 헬기촬영 전문서적인 ‘헬기촬영의 실제-방송문지원총서 106’을 저술했다. 이 서적은 후배를 양성하는 바이블로 통하는 등 항공촬영의 유일한 교육서적이다.
헬기촬영은 경적인 요소와 기술적인 스킬, 기장과의 영상감각이 일치하는 중요한 특수적인 일이라고 강조하는 김 국장은 건강이 존재하는 한 헬기와의 인연은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신의 영역’이라고 하는 상공에서 항공촬영은 자신이 걸어온 인생이라고 말할 만큼 그에게는 손을 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경북 김천이 고향인 김 국장은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나와 지난 1982년 MBC 카메라 부문에 입사했다.
그는 그동안 대한민국 영상대전 전문가부문 스포츠 제작상 ‘프로야구 한국시리즈’(2006년)ㆍ보도영상 ‘동해안 참돌고래 떼 발견’(2007년) 수상을 비롯해 드라마 ‘사랑과 야망’ 공로상(1987년), ‘헬기전용카메라를 성공적으로 운용’ 공로상(1998년), 대한민국 언론대상 언론공로부문 수상(2011년) 등에 입상했다.
김 국장은 지난 2011년 스토리문학 시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하면서 첫 시집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또 평생 방송현장을 지키며 경험한 일을 거울 삼아 ‘방송 영상제작기법(가제)’을 집필하고 있다. 방송카메라를 희망하는 후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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