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로 위장 새신분증 발급 일쑤

5000만원 상당의 8개 사기사건으로 수배를 받아오던 A(33ㆍ여) 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다시 태어나기로(?) 결심했다. 바로 출생신고를 새로 해 주민등록증을 새로 발급받은 것. 멀쩡히 30여년간 살아왔던 A 씨가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인우보증’이라는 제도 덕분이었다. 증명서가 아닌 주변사람의 진술만으로 출생과 사망등록을 할 수 있는 인우보증제를 이용해 A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집안 사정상 출생신고가 늦었다”는 허위 진술을 부탁했고 새로운 신분을 얻게 됐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사기수배범으로 쫓기자 다시 출생신고를 하는 수법으로 신분을 세탁한 혐의(주민등록법 위반)로 지난 19일 A 씨를 구속했다.

일제시대부터 존재했던 인우보증제는 병원이 없는 지역의 주민들이 집에서 출산하거나 사망했을 때 신고를 쉽게 하도록 만들어졌다. 문제는 주민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범죄에 쉽게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에는 한국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인우보증제를 내세워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한 후 다시 베트남으로 돌려보낸 베트남 불법체류여성들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12월에는 중국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중국 공안에 수배된 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인 D(35) 씨가 적발되기도 했다. D 씨는 국내에서 태어난 고아인 것처럼 행세하며 인우보증을 통해 국적을 얻었다.

사망신고의 경우 보험사기는 물론 타살을 자살로 위장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지난 2009년 충남 보령의 시골마을에서 E(당시 71세) 씨가 사망하자, 가족들은 병원 대신 마을 이장의 확인을 받아 자연사로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남편이 부인을 청산가리로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영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부장은 “OECD 국가 중 인우보증제도가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시신이 없는 살인 사건 등 억울한 죽음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인우보증제도를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