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의 시간여행 그린 영화 ‘까밀 리와인드’ 실패한 인생속 과오 바꾸려고 애쓰는데

과거·현재·미래 모든 시간은 하나로 연결된 추상 만약은 가능성일뿐…멋진 인생은 스스로 만드는것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미래를 볼 수만 있다면. 인간의 상상은 문학과 영화 등 서사양식에 ‘시간여행’의 테마를 불러들였다. 영어로는 다른 시간대로 미끄러져 들어간다는 의미의 ‘타임 슬립(time slip)’이나 현재에서 과거나 미래로 떠난다는 ‘타임 트래블(time travel)’이라 부른다.

아마도 지금 30대 이상의 성인 영화팬들에게 가장 강렬하고 원초적인 시간여행의 상상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은 로버트 저맥키스 감독, 마이클 j. 폭스 주연의 ‘백 투더 퓨처’ 시리즈였을 것이다.

1편이 나온 지 30여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 이제는 고색창연한 클래식 영화가 됐지만, ‘시간여행자로 인한 역사의 변화’와 ‘돌이켜서는 안 되는 우주의 질서’를 대비시키는 이야기틀은 지금까지 다양한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일종의 공식처럼 됐다. 1편에선 십대 소년이 괴짜 박사의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십대인 부모들의 연애에 끼어들고, 2편에선 30년 후의 미래로 날아가 말썽을 일으키는 바람에 현재의 모습이 바뀌는 엄청난 ‘참사’를 당하게 된다. 3편에선 무려 1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타임머신을 발명한 괴짜 박사는 3편의 마지막에서 주인공에게 “미래는 백지야. 자네가 직접 만드는 것이라네, 멋진 인생을”이라는 대사를 남긴다.

‘백 투 더 퓨처’의 출발은 개인사와 가족사였다. 1편에서 십대 시절 부모의 연애사에 개입하게 된 훗날의 아들, 영화의 주인공은 아버지의 연적이 어머니를 차지하게 되지는 않을까 발을 동동 구른다. ‘백 투 더 퓨처’의 반대편엔 시간여행의 테마를 인류의 운명으로 확장시킨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있다. ‘백 투 더 퓨처’가 과거여행으로 출발한 것과 달리, ‘터미네이터’는 미래의 인류를 현재로 불러내 기계 문명의 묵시록을 그려냈다.

그렇다면 만일 당신에게 시간여행이 허락된다면? 만일 할 수만 있다면 인류의 비극을 막기 위해 단 한 장뿐인 티켓을 쓸까? 아니면 자신이 실패한 인생의 어느 한 순간을 돌이키기 위해 과거로 돌아갈까?

18일 개봉한 프랑스 영화 ‘까밀 리와인드’(감독 노에미 르보브스키)는 실패한 인생의 주인공에게 과거로의 여행을 허락하고,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는 작품이다. 40세의 중년 여성 ‘까밀’(노에미 르보브스키 분)은 B급 공포영화에서 피투성이로 죽어가는 단역이나 전전하는, 무명의 배우다. 남편과는 마음도 몸도 멀어져 결혼생활도 원만하지 않고, 의지할 것은 술뿐. 알코올에 쩔어 매일을 보내던 중 2010년 새해를 하루 앞두고 남편으로부터 결별 통보를 받는다. 고등학교 때 남편을 처음 만나 첫 경험에 임신을 하고, 애를 낳고, 그렇게 자기 인생이 망가져버렸다고 생각하는 까밀. 옛 친구들과 모인 송년 파티에서 만취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돌아가신 부모가 앞에 떡 하니 있다. 어찌된 일일까?

믿기지 않지만 25년 전의 과거로 되돌아간 것이다. 미래를 완벽하게 알고 있는 까밀은 다시는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거듭 맹세한다.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예정된 첫 키스를 피하려 하고, 삼류 배우의 길로 접어들게 한 연극 무대를 외면하며, 훗날 남편이 되는 남자의 프러포즈 반지를 빼려 한다. 결정적으로 까밀은 급작스러웠던 어머니의 죽음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까밀은 과거를 수정함으로써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시나리오와 연출, 주연을 겸한 노에미 르보브스키의 상상력과 연기력은 ‘최고’라는 찬사가 무색하지 않다. 특히 과거로 돌아간 자신을 젊은 배우로 표현하지 않고, 중년의 모습 그대로 연기한 점이 독특하고, 흥미진진하다.

극 중 까밀은 자신이 미래로부터 왔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흑인이 미국 대통령 된다”고 말한다. ‘백 투더 퓨처’에서 30년 전(1950년대)의 과거를 상징하는 대목은 당시 삼류 배우에 불과했으나 훗날 대통령이 되는 로널드 레이건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 ‘까밀 리와인드’에서 까밀처럼 ‘시간여행자의 아내’에서도 주인공은 어머니의 죽음을 막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다하지만 수포로 돌아간다. 과연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까밀 리와인드’에서 시계수리공은 주인공에게 말한다.

“자네에게 주고 싶은 게 있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와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마음의 평정. 그리고 그 둘의 차이를 아는 현명함을 말일세.”

영국 시인 T.S 엘리엇은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시 ‘네 개의 사중주’에서 이렇게 읊는다.

“현재 시간과 과거 시간은 둘 다 아마도 미래 시간에 현존하고, 미래 시간은 과거 시간에 담겨 있으리라. 모든 시간이 영원히 현존한다면 모든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있을 수도 있었던 것은 하나의 영원한 가능성으로 남아 있는 하나의 추상이다. 있을 수도 있었던 것과 있었던 것은 언제나 현존하는 하나의 목적을 지향한다. (……) 모든 것은 영원한 현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