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서 드러난 탈세·비자금 조성 수법은
임직원 복리후생비 등 부풀려 지급 법인자금도 603억원 빼돌려 직원 459명 차명계좌이용 주식투자 버진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 4곳서 215억원 규모 양도소득세 등 포탈 재무2팀 조직 주식투자등 전담 관리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이재현 CJ회장의 주요 탈세ㆍ비자금 조성 수법은 ‘검은머리 외국인’ 행세를 한 것이 핵심이었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에 나선 것은 지난 1998년부터다. 그는 2005년까지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고전적인 수법을 사용해 법인자금 603억8131만원을 빼돌려 횡령했다. 주요 수법은 임직원들에게 복리후생비, 회의비, 교제비, 조사연구비 등을 부풀려 지급한 뒤 이를 돌려받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조성한 돈은 ‘종잣돈(seed money)이 되어 향후 이 회장 비자금의 원천이 됐다. 그는 이렇게 만들어진 돈으로 처음에는 국내에서 CJ그룹 관련 주식들을 거래하며 재미를 봤다. 이 과정에서 그는 그룹 임직원 459명 명의의 계좌 636개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면서 약 238억 4034만원의 주식양도세를 내지 않았다. 2003~2005년 사이 회계장부를 조작하면서 횡령한 124억8000만원에 대한 법인세 33억1760만원 역시 내지 않았다.
이후 이 회장은 위험한 국내보다는 조세 포탈이 쉽고 수사가 어려운 해외로 눈을 돌렸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해외 주요 조세회피처에 ‘TopRidge’ 등 총 19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이 회장은 싱가포르, 홍콩 등에 있는 UBS(Union Bank of Swiss)등 7개 외국 금융기관에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차명계좌들을 개설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외국인인 척하면서 주식을 거래해 재미를 봤다. 주식시장에서 말하는 속칭 ‘검은머리 외국인’이 된 것이다.
2004년부터 이 회장은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4개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CJ(주)의 주식을 사고 팔면서 215억1890만원의 양도소득세 및 배당소득세를 빼돌렸다. 2009년부터는 CJ프레시위에, CJ 인터내셔널아시아 등 계열사들의 지분도 거래하면서 주식을 사고 팔거나 배당을 받는 수법으로 총 59억5473만원의 조세를 포탈했다.
2007년에는 일본에서 부동산 투자에도 관여했다. 지난 6월 말 기소된 신모 현 CJ홍콩법인장(당시 일본법인장)을 통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회사 명의로 빌딩 2채를 구입하면서 CJ일본법인이 보증을 서거나 담보를 제공하게 해 회삿돈 244억4163만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569억2057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렇듯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주식ㆍ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이를 전담할 조직을 회사 내에 따로 만들기도 했다. 회장실 내에 상무ㆍ부사장과 직원 7명으로 이뤄진 재무2팀을 따로 구성한 것이다. 이 재무2팀은 이 회장의 비자금만 전담으로 관리하면서 홍콩ㆍ미국법인에 근무하는 전담 직원들과 함께 조직적이고도 은밀하게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이 비자금을 키워 나갔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비자금만 해도 국내 비자금 약 3600억원, 해외 비자금 약 2600억원으로 총 62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20년 지났지만 아직도 차명계좌를 이용한 범죄가 횡행하는 것은 차명계좌를 개설해 준 금융기관 직원에 대한 제재 수위가 낮아서 벌어지는 일로 추정된다”며 “차명계좌 개설 및 관리에 협조해 준 금융기관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을 하는 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