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자료·금융거래등 관련 문서 확보 계좌추적등 재산 형성 과정 집중수사 필요할 땐 전두환 씨 부부 소환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집행과 은닉 재산 수사에 나선 검찰이 지난 16일 전 전 대통령 자택과 직계가족 소유의 집과 회사 등 18곳에 대해 압류 및 압수 수색을 벌인 데 이어 17일에도 형 기환 씨 등 친인척 주거지 12곳과 장남 재국 씨가 운영 중인 업체 1곳 등을 추가로 압수 수색했다. 전 전 대통령의 직계존비속을 넘어 친인척으로 수사망을 넓힌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16일 압류 및 압수한 물품만으론 애초 목표한 미납 추징금을 환수할 수 없다는 점,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이 친인척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수 있다는 점, 전 전 대통령 직계존비속 소유의 재산이 친인척 명의로 다시 이전되는 상황을 막겠다는 복합적인 노림수가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김형준)와 ‘전두환 추징금 집행’ 전담팀은 지난 17일 수사진 80여명을 서울과 경기도 등에 위치한 전 전 대통령 친인척 자택으로 보내 이들의 재산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다만 미술품을 압수했던 16일 압수 수색 때와는 달리, 17일 압수 수색에서는 현금성 자산을 압수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압수 수색에서 주거지와 회사 사무실에서 회계자료와 금융거래 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 전 전 대통령 일가와 관련된 각종 문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980년대 조성된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이 친인척들에게 흘러간 정황이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친인척들의 재산 형성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고, 의심 계좌에 대해 자금 추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 전 대통령이 친인척 이름으로 차명 계좌를 만든 정황을 파악, 문제의 계좌의 실제 계좌주를 찾는 데에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금융실명제법상 은행 계좌의 경우 개설할 때에만 실명 확인이 필요하다. 일단 실명이 확인된 계좌는 계속 거래할 때 추가로 실명 확인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측이 자신의 이름이 아닌 친인척 명의로 차명 계좌를 개설한 뒤 비자금 관리나 자금 세탁용으로 사용한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전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유죄와 거액의 추징금이 확정되자 주택ㆍ대지 등 일부 자산이 강제 집행을 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친인척과 일정한 약속하에 명의상 소유권을 넘기는 형태로 몰래 관리해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처럼 추징금의 강제 집행을 회피할 목적으로 부동산을 명의 신탁한 경우 추징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사들인 재산은 불법원인 급여 또는 부당이득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압수 수색 대상을 확대한 것은 16일 전 전 대통령 자택에서 실시한 압류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16일 압수 수색에서 200여점의 미술품을 압수하는 등 상당수 물품을 압류ㆍ압수했지만 이를 통해 회수 가능한 자금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압수한 미술품을 압류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자산 내용과 친인척을 동원한 차명 관리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을 밝혀내는 것이 미납 추징금을 집행하는 묘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8일부터 전두환 수사팀의 검사를 8명으로 증원하고, 수사관을 20여명으로 확대했다. 추징금 집행 전담팀장은 김형준 외사부장이 맡게 되며, 기존 전담팀에 외사부 검사 4명(배성효 부부장, 김현옥ㆍ홍석기ㆍ유진승 검사)을 전원 투입하고 신건호 부천지청 검사, 이건령 공안1부 검사도 배치한다.
검찰은 추징금 전담팀의 검사를 늘려 향후 본격 수사 가능성에 대비하고 전 전 대통령의 국내 은닉 재산과 해외 도피 재산 등을 추적할 방침이다. 현재 압수한 물품들의 구매 내용과 자금원을 추적하는 분석 작업에 들어간 검찰은 이 과정에서 필요하면 친인척은 물론 전 전 대통령 내외에 대한 소환조사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김재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