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의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된다는 말은 매우 의미 있는 말이다. 특히나 매번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를 꾀하는 아티스트라면 더욱이 그렇다. 지난 1986년,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밴드 부활의 보컬로 데뷔한 가수 이승철은 지난달 발표한 11집 정규음반으로 확실히 '내일이 더 기대되는 가수'로 자리매김 했다.
이승철은 지난 6월 18일 11집 음반 '마이 러브(MY LOVE)'를 발표, 약 1년 만에 신보를 내놨다. 특유의 감미로운 보이스는 여전했지만, 음반은 도전 그 자체였다.
11집 음반에는 타이틀 넘버 '마이 러브'를 비롯해서 '사랑하고 싶은 날' '그런 말 말아요' '런 웨이(Run Way)' '늦장 부르고 싶어' '레인 드롭(Rain Drops)' '40분 차를 타야해' '비치 보이스(Beach Voice)' '손닿을 듯 먼 곳에' '소원' 등 총 10곡이 수록돼 있다. 작곡가 전해성이 프로듀싱을 맡아 이승철과 호흡을 맞췄다.
엄밀히 따지면 이번 음반은 파트 원(part.1)이다. 모던 팝, 트렌디 한 노래가 주를 이룬다. 때문에 이승철 특유의 거친 락 발라드를 떠올렸다면, 다소 의아할 수도 있다. 하반기에는 이승철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파트 투(part.2)가 나올 예정이다. 이번 음반과 같이 준비했기 때문에 거의 완료된 상태다.
"녹음 한 곡만 40곡이 넘어요. 2년 전부터 준비를 했기 때문에 제작비도 상당히 들었고요(웃음). 이번 음반엔 트렌디한 느낌의 노래로 구성했고, 파트 투에는 '말리꽃' '서쪽하늘' 같은 이승철 하면 떠오를 만한 정통 락 발라드로 준비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 한 점은 학생에게 받은 곡을 음반에 수록했다는 것이다. 9곡 중 7곡이 전해성이 만든 노래고, '늦장 부리고 싶어'와 '40분 차를 타야해' 같은 경우엔 동아방송대학 실용음악과, 작곡가를 꿈꾸는 학생에게 받은 곡이다.
이승철은 이번 음반을 위해 동아방송대학 학생들의 곡을 받아 검토했다. 두 곡만 실린 것에 대해선 "이번 음반의 색깔과 맞지 않았을 뿐이지, 좋은 노래들이 정말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용음악과를 졸업하고 가수나 작곡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아요.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예요.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동아방송대 학생들에게 40곡 정도를 받았어요. 수준들이 상당하더군요"
이승철은 수준 높은 곡을 만드는 학생들의 실력에 거듭 감탄했다. 특히 가사. 꼭 그 나이 또래만이 떠올릴 수 있는 신선함, 풋풋함을 높이 평가했고 '40분 버스를 타야해'도 그래서 선택했다.
"제가 먼저 나서서 하면, 가요계에 엄청난 밭 하나가 발견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함께 작업 하고 싶습니다"
이승철은 이처럼 학생들과 호흡하며 신선한 변화를 꾀했다. 신선한 가사는 노련한 그의 목소리를 만나 한층 완벽해졌다.
한 분야에 수십 년씩 몸담은 사람에겐 고집이 있다. 뚜렷한 주관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자칫 아집으로 본질을 흐릴 때도 있다. 이승철, 벌써 27년이다. 하지만 그에겐 타협할 수 있는 안목과 중심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현명함이 있다.
"새로운 옷을 입기 위해 노력했어요. 트렌드가 그러하다면, 그리 해야 하는 부분도 반드시 있죠. 가창력을 위주로 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현재는 리듬이 없으면 통하지 않죠. 곡의 중요성이 강해지고 있는 요즘, 저라고 간과할 수만은 없잖아요. 활동을 오랫동안 해온 가수들에게는 하나의 창법을 고집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것 중 하나예요.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작곡가, 프로듀서 등과의 협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새 옷을 입을 수가 있어요"
또 하나, 음악뿐만 아니라 이미지 역시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특히 케이블채널 엠넷(Mnet)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으로 활약 하며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을 확보했다. 가수인데, 유행어까지 만들어냈다. 바로 '어서와'다.
그가 '슈퍼스타K'의 네 번째 시즌 당시 톱10의 숙소를 찾아 "어서와"라고 함박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한 것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것. 이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하게 패러디 되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승철 역시 이를 요긴하게 이용했다. 왜냐하면 대중들이 자신을 편안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천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가수, 그건 천운이에요. 가수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번 음반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한 쇼케이스 타이틀도 '이승철의 어서와'입니다"
그는 데뷔 후 첫 쇼케이스를 열었다. 제목처럼 모두에게 열려 있는 무료 공연으로 진행됐다. 당시 광화문 광장은 이승철의 신곡과 히트곡이 울려 퍼졌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작곡가를 꿈꾸는 학생들의 곡을 받고, 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추구하는 이승철. 더불어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도 예비 후배들을 계속해서 만나고 있다.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슈퍼스타K'의 다섯 번째 시즌에서도 심사위원으로 나선다.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진정한 스타를 발굴할 것"이라고 포부도 내놨고, "'어서와'를 능가하는 유행어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며 웃기도 했다.
이승철은 대중들과 제대로 소통하는 법을 아는 가수다. 선배 가수가 지켜야 할 선을 정확하게 지키면서도, 때로는 자신을 내려놓을 줄도 아는 현명한 베테랑.
정상에 올랐다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것과 도전을 시도하는 이승철이야 말로 내일이 더 기대되는 아티스트가 아닐까.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