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면 제주가 북적입니다. 매년 6~8월이면 재계단체들이 잇따라 제주도에서 포럼을 열기 때문이죠. 제주에서 기업인 수백명씩 모여 강연도 듣고, 토론도 하면서 경영모티브도 얻고 ‘힐링’도 합니다.
17일 대한상의가 제주포럼을 개최하고, 오는 24일엔 전경련이 제주 포럼을 엽니다. 한국능률협회(최고경영자세미나), 표준협회(하계CEO포럼), 인간개발연구원(CEO섬머포럼) 등 행사가 제주에서 예정돼 있고요. 앞서 중기중앙회와 섬유산업연합회는 지난달 제주 행사를 마친 바 있습니다. 단체별로 수백명씩 몰려가니 제주는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 밖에요.
왜 재계단체는 제주에서 포럼을 하는 것일까요?
원조는 대한상공회의소입니다. 대한상의 제주포럼은 각종 경제단체가 주관하는 CEO 하계포럼의 시발점이 됐습니다. 1974년 7월 ‘제1회 최고경영자대학’으로 출발한 대한상의 하계포럼은 올해로 38회째를 맞고 있습니다. 1974년 첫 행사부터 1982년(7회)까지는 강릉에서 열렸으며, 1989년(14회)부터 제주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빡한 기업현장을 떠나 모처럼 여름 충전을 하기에는 제주도가 최상의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2008년부터는 아예 행사명을 ‘최고경영자대학’에서 ‘제주포럼’으로 바꿨습니다. 기업인들은 상의의 제주포럼에서 상큼한 바람을 쐬며 경영모티브를 찾곤합니다. 그래서 인기가 높습니다. 다른 재계단체들은 이를 뒤따라했습니다.
물론 ‘동전의 양면’도 있었지요. 기업인들이 제주에 놀러간다는 비판도 잠시 있었던 적이 있었죠. IMF 등 위기때 제주 대신 서울 근교를 택했던 것은 이를 의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주 기업인 세미나 행사는 놀러가는 것은 아닙니다. 1년 내내 숨막히는 경영현장에서 전쟁을 벌이다 ‘휴식같은 포럼’에서 새로운 화두를 접하고, 경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인은 그래서 강의 때마다 노트를 했고, 서울행 비행기를 탈때면 노트 한권 분량이 빽빽한 메모로 가득차 있곤 하더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러다보니 포럼 화두도 계속 진화를 합니다. 포럼 원조인 1974년 ‘대한상의 최고경영자대학’ 프로그램에는 달랑 25명이 참석했습니다. 프로그램도 주로 기업경영과 관련된 실무지식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때 주제를 잠시 들여다 볼까요? 지금 보면 시대적 변천사를 실감하게 됩니다. ‘세계적인 인플레와 한국경제의 전망’, ‘나의 경영신조’, ‘기업활동의 여건’, ‘사장 경영학, ‘기업발전과 성취동기’, ‘조직과 인간관리의 효율화’, ‘세계 견문담’, ‘기업공개와 재무구조개선’, ‘프로젝트 관리’ 등….
최근의 재계단체 포럼은 시대적 화두를 담습니다. 이번 상의 제주포럼 주제는 창조경제입니다. 그렇다고 그쪽에 완전히 쏠려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은영 스타일리스트의 ‘당신의 머리를 디자인하라’,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건강 100세 내 몸 사랑하기’ 등의 인문학 바탕의 건강과 힐링에 관한 교양 강좌도 중요한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고령화 사회에 따른 자기 관리 등 사람들의 관심사를 유명 강사들이 나와 강의를 하는 것이죠. 오히려 어떤 때는 경영관련 강의보다 이같은 인문학, 힐링 강좌가 더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기업인들이 제주에 몰려 가는 것은 그래서 이익단체 모양새를 취하거나, 놀러간다고 오해의 시선을 줄게 아니라 일반사람들처럼 ‘힐링’하러 가는 구나 하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같은 행사가 지속될 수록 제주도 수입에도 좋고, 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윈-윈인 것 같습니다.
김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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