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마스터’는 잘 알려진 대로 사이언톨로지라는 종교의 창시자인 론 허바드의 삶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영화다. 미국에서 발원한 사이언톨로지는 1954년 SF소설가로 유명했던 론 허바드에 의해 창립됐으며,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대신 인류의 기원을 외계인으로부터 찾고, 과학과 심령술을 통한 영생과 구원을 교리로 하고 있다. 초창기부터 유명 인사에 대한 포교에 집중해,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배우들과 뮤지션들이 직ㆍ간접적인 관련을 맺어왔다. 그중에서도 신자임을 밝힌 대표적인 톱스타가 톰 크루즈다.

‘마스터’는 론 허바드의 전기적 사실이나 사이언톨로지의 이론으로부터 많은 것을 영화 소재로 빌려왔지만 전기나 실화 영화는 아니며, 사이언톨로지에 관한 작품은 더욱 아니다. 제2차세계대전 직후, 전쟁이 남긴 상처와 혼돈 속에서 인류의 구원을 자처한 한 남자와 그에게 영혼을 맡겼던 추종자의 관계를 통해 현대사회를 성찰하는 영화라 할 것이다. 불안과 혼돈, 방황의 시대에 관한 이야기이며, 절대적인 권위와 믿음에 의존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어려운 현대인들의 초상이다.

2차세계대전에 종군했던 퇴역 해병 프레디(호아킨 피닉스 분). 전후 오갈 데 없는 그에게 남겨진 것은 성적인 망상과 과거의 악몽으로 가득찬, 상처받은 영혼뿐이었다. 의지할 것이라곤 위험한 화학약품을 가지고 스스로 제조하는 독주뿐이었다. 폭행과 알코올 중독으로 가는 곳마다 말썽을 일으키며 이런저런 일자리를 전전하던 중 우연히 렝케스터를 만난다. 렝케스터는 심리요법을 주로 연구하는 ‘코즈(The Cause)’라는 단체의 설립자로 독특한 정신 분석과 전생 퇴행, 심리치료법을 설파하며 수많은 이들로부터 ‘마스터’로 추앙받는 존재였다. 프레디에게 ‘마스터’ 렝케스터는 상처와 절망, 혼돈, 어둠뿐인 삶을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안내자였다. 렝케스터에게는 프레디가 자신의 주장과 이론에 대한 살아 있는 실험대상이자 진리의 위대한 증거가 된다.

렝케스터의 카리스마와 탁월한 언변에 힘입어 ‘코즈’는 세를 불려가고, 1950년에 거대 단체로서 연합회를 구성, 신흥 종교집단과 같은 외양을 갖추게 된다. 프레디는 거듭되는 상담과 설교의 도움을 받아 ‘마스터’가 총애하는 추종자가 되지만, 여전한 알코올 중독과 폭력 성향으로 인해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 한편 렝케스터의 아들마저도 “‘코즈’의 이론이란 아버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거짓말에 불과하다”며 회의하고, 렝케스터의 반대자들로부터 “전생 퇴행이 아닌 최면요법에 불과, 이론적 근거가 없다”는 논쟁이 일어나면서 프레디의 마음도 흔들린다. 프레디가 만든 독주에 의지하고, 반대자에 분노하는 렝케스터의 모습도 프레디의 믿음을 혼돈에 빠뜨린다.

마스터는 절대적인 진리와 권위를 표상하는 존재다. 마스터에 기대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세상, 당신은 누구를 믿고 의지하는가. 방황하는 영혼을 ‘믿음’으로 붙들어야 했고 갈 길 잃은 인생을 ‘마스터’의 가르침에 맡겨야 했던 영화 속의 남자는, 상처받은 정신을 위안할 ‘힐링’을 갈구하며 방향타 잃은 인생과 사회의 길잡이가 되어줄 ‘멘토’를 찾는 오늘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다를까. 거장 감독으로 꼽혀온 폴 토머스 앤더슨의 연출력, 렝케스터 역의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프레디 역의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이 영화 제목처럼 ‘마스터’의 경지다. 11일 개봉.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