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눈을 떠보니 의자가 뒤로 젖혀져 있었고 비행기 내에 연기가 자욱했어요.”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 사고 발생 이틀째인 지난 8일 오후 아시아나 측이 마련한 특별기(OZ2134)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온 김지은(21) 씨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사고가 발생할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9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인 김 씨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사고가 난 뒤, 잠시 정신을 잃었다”며, “하얀가루도 기내에 날아다닌 것 같았다”며 당시 사고 현장을 떠올리는 데 안간힘을 썼다.

김 씨는 아직 비행기 사고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김 씨는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비행기가 착륙할 때 다시 사고가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공포심이 밀려왔다”고 전했다. 사고 비행기에 같이 탔던 그의 사촌동생인 김예림(19) 씨 역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비행기를 타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예림 씨 어머니 정옥윤 씨는 “아이들이 다친것도 문제지만,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이 오래갈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사고 직후 예림씨가 처한 상황은 아비규환의 한 장면이었다. 예림 씨 가족에 따르면 사고 발생 30여분 뒤인 7일 오전 4시께(한국시간)에 코에서 계속 흐르는 피를 막은 채, 빌린 휴대폰으로 엄마에게 전화해 사고를 알렸다.

당시 악몽같은 기억은 이들의 병원 진단서에도 고스란히 투영됐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김 씨는 손가락이 부러지고, 척추를 다쳤다는 진단이 나왔다. 또 예림 씨는 좌석 손잡이에 얼굴을 부딛혀, 광대뼈가 골절되고, 턱뼈에 금이 갔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날 김 씨와 같은 특별기로 조기 귀국한 최모(28) 씨 부부도 “착륙 4~5초 전에 (비행기가) 속도가 붙는 느낌이 났다. 몸이 튕길 정도였다”며, “교통사고 난 것 처럼 온몸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2차 충격전에 (비행기에) 불이 붙은 것 같다”며, “앞쪽 엔진쪽 창문에서 불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석에 탑승했다 처음으로 탈출했다는 황모(29ㆍ여) 씨 부부는 “착륙전 (비행기가) 덜커덩 거렸고 이상 했다”며, (비행기가) 한쪽으로 기울기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탈출 순간 기내는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연기가 자욱했다”면서 “병원에는 30여명 환자가 입원해 있었고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도 있었다”고 당시 급박했던 현지 병원 상황도 전했다. 그는 “일찍 안전벨트를 풀어서 튕겨져 나간 사람도 있다”며, “안전벨트를 풀지 않아, 튕겨나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