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년차에 눈도장은 확실히 찍었다. 성악을 전공했고, 뮤지컬 배우를 꿈꾸던 소녀는 ‘이유비’라는 이름으로 시청자 앞에 섰다. “안녕?”이라는 인사 수준의 대사가 고작이었던 시트콤 ‘뱀파이어 아이돌’의 신비주의 소녀는 ‘착한 남자(KBS2)’를 통해 단박에 지상파에 입성했다. 이제 겨우 세 번째 드라마를 끝냈다. 최근 종영한 MBC ‘구가의 서’에서는 24부 내내 꽃다운 ‘청조’가 됐다.

연기가 뭔지 몰랐던 한 해 전에 비하면 무서운 성장세다. 역적 누명을 쓴 부친으로 인해 기생이 된, 곱게 자란 양반가의 자제, 깊은 감정선을 따라가야 하는 복잡다단한 청조를 연기하며 이유비는 드라마 초반 이승기 수지보다 더 많은 화제를 낳았다. 드라마의 마지막은 청조가 철천지 원수 조관웅(이성재)에게 독주를 건네며 숨통을 끊는 것. 이 역시 이유비의 몫이었다.

“(드라마를 끝낸 것이) 아쉬워요. 청조가 힘든 만큼 좋았어요. 드라마가 끝났으니 이젠 두 번 다시 청조로 보여질 일은 없잖아요. 또 다른 사극을 하고 드라마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이 시기에 제게 이렇게 다가올 수 있는 캐릭터는 청조 뿐이니까요.”

이유비와 청조가 처음 만난 것은 드라마 오디션 현장에서였다. 무려 20대1의 경쟁률을 뚫었던 이유비는 당시를 떠올리며 “신우철 감독님이 청조 역할을 한 번 시켜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고 당차게 말했다. 수많은 신인 연기자들이 이 역할을 위해 모여들었을 때, 신우철 감독은 이유비에게 따로 대본을 주며 연기를 시켜봤다. 이유비는 이 장면을 “애가 연기하는 게 애매하니까 궁금해하셨던 것 같다”는 기억으로 떠올렸다. 물론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안 되면 나의 그릇에 큰 역할”이라고 마음 먹을 작정이었다.

견미리 딸 연기자 이유비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06.28
견미리 딸 연기자 이유비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06.28
견미리 딸 연기자 이유비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06.28
‘구가의 서’(MBC)를 통해 시청자와 만난 이유비는 종영 이후에도 “처절하게 버티려고 했던 청조의 모든 것이 이해가 되더라”며 “두 번 다시 올 수 없는 청조”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견미리 딸 연기자 이유비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06.28 견미리 딸 연기자 이유비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06.28 견미리 딸 연기자 이유비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06.28 ‘구가의 서’(MBC)를 통해 시청자와 만난 이유비는 종영 이후에도 “처절하게 버티려고 했던 청조의 모든 것이 이해가 되더라”며 “두 번 다시 올 수 없는 청조”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청조 역할에 낙점된 이후 사극 연기에 맞는 말투와 목소리톤을 연습했다. 그보다 더 힘든 것은 풍파 많은 소녀 청조의 감정을 익히는 것이었다. 강단있고 독한 모습이 닮긴 했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기엔 적잖은 노력도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는 끝났지만 여전히 청조의 옷을 다 벗어두진 못한 모양이었다. “청조를 만나고서야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유비에게 ‘연기자의 길’은 재미 삼아 들러본 곳이었다. 이화여대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노래를 하면서야 ‘연기를 하고,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을 자신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중견배우 엄마를 둔 덕에 배우라는 직업이 낯설진 않았지만, 배우가 장래희망은 아니었다. 엄마 견미리는 딸이 첫 오디션을 보러 간다고 하니 “어디 한 번 해봐라. 네가 세상을 덜 살아봤구나”라고 독설을 날렸다. 엄마로서도 딸이 덜컥 오디션에 붙어올 줄은 몰랐다는 이야기였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유비에겐 아직 ‘견미리 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엄마 견미리는 이유비가 한 작품을 끝날 때마다 “지금 그 작품은 너에게 다시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배우로서 책임감과 애정을 가지고 작품을 만나라는 이야기였다. 그런 엄마를 둔 2세 배우라는 꼬리표가 이유비에겐 부담스럽지만 당연한 일이 됐다.

“견미리 딸, 부담스럽긴 하죠. 왜 저렇게 밖에 못하냐는 이야기를 들을까봐요. 하지만 견미리 딸로 불리는게 싫지 않아요. 어차피 제 인생은 제가 만들어가는 거니까요. 저요? 캐릭터에 따라 달라지는 배우, 앞으로가 더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견미리 딸 연기자 이유비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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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미리 딸 연기자 이유비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06.28 견미리 딸 연기자 이유비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06.28 견미리 딸 연기자 이유비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06.28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