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의 대가 김병욱 PD가 돌아왔다. 오는 9월 13일 방송을 앞둔 케이블채널 tvN 일일시트콤 ‘감자별 2013QR3’(이하 감자별)이 그의 복귀작이다. SBS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MBC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등으로 시트콤 열풍을 일으킨 김병욱 PD의 신작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감자별’은 2013년 어느 날 지구로 날아온 의문의 행성 ‘감자별’ 때문에 벌어지는 노씨 일가의 좌충우돌 ‘멘붕’ 스토리를 담은 일일시트콤이다.
특히 김 PD가 케이블채널로 넘어 온 뒤 작업한 첫 번째 시트콤으로 그의 작품을 기다려온 팬들의 기대와 궁금증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독특한 제목은 발표됨과 동시에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김 PD는 “불확실성을 의미한다”고 밝힌바 있다. 그는 감자별이라는 말도 “우리가 보통 별을 원모양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는 감자 모양이다”라는 점을 들며 이번 작품에서 드러날 인생의 불확실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PD는 지난 8월 28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신의 기존 시트콤들에 대한 이야기와 방송을 앞둔 ‘감자별’에 얽힌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 드라마와 시트콤 사이를 누비는 김병욱 PD
새 작품에 임하게 된 김 PD는 “부담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을 향해 떠도는 ‘드라마 병’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에 ‘하이킥 시리즈’를 할 때 ‘드라마 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코미디를 많이 하려고 해요. 시청자분들이 가능한 즐겁게 보시도록 하려고 합니다. 너무 우울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는 않으려고요.”
시트콤에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하다는 점이 바로 김병욱 PD 시트콤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일반적으로 웃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트콤에서 우울함과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는 것도 그의 대표적인 요소가 됐다.
“제가 정치의식을 가진 것은 아닌데 ‘하이킥! 짧은다리의 역습’ 때는 사회적으로 올바른 것에 빠졌어요. 주변에서는 제가 정치적인 색깔이 있다고 생각했죠. 당시 저는 정치적인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라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우울함을 무리하게 집어넣은 면도 없지 않고요. 하지만 이번에는 편하게 하려고요.”
이처럼 시트콤과 드라마에 대한 남다른 생각들을 가진 김병욱 PD는 이번에도 일반 드라마가 아닌 시트콤으로 돌아왔다. 그는 근본적으로 드라마와 시트콤은 같다고 봤다. 이번 작품도 일일 연속극을 할 수는 없기에 시트콤을 선택했으며 사실상 ‘감자별’도 주 4회지만 일일연속극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 김병욱 사단만의 캐스팅 완성..기다리던 이순재의 귀환
이렇게 드라마와 시트콤의 끈질긴 관계를 자문해온 김 PD는 시트콤에서 장르만큼이나 중요한 캐스팅에도 남다른 신경을 썼다. 이번 작품에서 김 PD는 배우 이순재, 노주현을 비롯해 여진구, 하연수, 줄리엔 강 등 이전 작품들에서 함께한 배우들은 물론 새로 합류한 배우들과 작업에 임했다. 특히 전작에서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은 코미디를 만들어내야 하는 그에게 또 다른 힘이 됐다.
“이번 캐릭터들이 이전과 다른데 코미디는 비슷해요. 특히 함께 작업했던 노주현 씨, 이순재 선생님, 줄리안 강 등이 제일 웃기죠. 왜냐하면 저와 작가들은 이분들이 대사를 어떻게 하는지 알기 때문에 대본을 만들 때 쉽거든요. 또 이분들은 함께 작업을 해봐서 저희 대본의 리딩 방법을 아는 거죠.”
김 PD와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의 출연이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하이킥 시리즈’ 두 편에 연이어 출연했지만 세 번째 작품에서는 등장하지 않은 이순재의 복귀가 눈에 띤다.
“이순재 선생님이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출연하지 못한 이유가 있어요. ‘하이킥’ 1편과 2편에서 계속해왔던 어른 코미디를 일부러 안했죠. 당시 청춘물에 대한 욕심 때문에 선생님 연세에 맞는 캐릭터가 없었거든요. 그때 빠지게 된 이순재 선생님이 서운해 하신 거 같더라고요. 하하. 이번에는 주책없는 92세의 캐릭터인데 이순재 선생님이 아니면 하실 분이 없었죠. 그래서 제가 달려가서 출연을 부탁드렸고 흔쾌히 허락하셨어요.”
# 지상파에서 못 다한 ‘화장실 유머’, 케이블로 풀어낸다
지상파에서 케이블채널로 이동한 김병욱 PD는 그간 지상파에서 부딪혀온 심의에서의 해방과 작업 환경 등으로 케이블만의 장점을 찾아냈다.
“사실 ‘순풍 산부인과’ 때부터 대본이 거칠었어요. 지상파 방송에 있었을 당시 심의실과는 싸움의 연속이었죠. ‘하이킥 시리즈’가 청소년 시간대에 방송됐거든요. 심의의원회에서 약간의 비속어가 나와도 못쓴다고 했어요. 하지만 케이블은 비교적 제재가 없었어요. 게다가 지상파는 보통 시청률 15%가 안 되면 실패라고 하는데 케이블은 그런 게 덜하더라고요. 열혈 시청자들이 봐주는 맛도 있죠. 또 기술적으로는 세트를 고정으로 지어놓는 것도 장점이에요.”
케이블로 자리를 옮겨 남다른 자유를 느끼고 있는 김 PD는 지상파에서도 문제시 된 화장실 유머를 유독 고수해오고 있다. 지상파에 이어 케이블에서도 계속될 것을 예고했다.
“화장실 유머는 이번에도 등장해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장면도 여전히 나와요. 공중파를 벗어난 기념이기도 하죠. 하하. ‘하이킥 시리즈’를 할 당시에 심의실에서 ‘화장실 장면에 왜 그렇게 집착하냐’고 했어요. 제가 그런 내용을 담는 이유를 설명해도 이해를 못했죠. ‘하이킥’ 3편에서는 안했기 때문에 쌓여있는 에피소드도 있어서 다시 시도했어요. 저는 화장실 이야기가 재미있더라고요. 지저분한 코미디지만 그런 게 재밌는 코미디 같아요.”
김병욱 PD는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균형감을 전했다.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드라마도 좋지만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드라마도 있어야 균형이 맞는다는 논리다.
그가 추구하는 99.5%의 농담과 0.5%의 메시지가 ‘감자별’에서는 어떤 웃음과 감동으로 드러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슈속보팀 이슈팀기자 /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