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범인과 맞서 싸우는 평범한 한 가장의 모습이 전 국민을 사로잡았다. 손현주는 ‘숨바꼭질’에서 성공한 사업가이자 평화로운 가정의 가장이면서 지독한 결벽증을 앓고 있는 성수로 분했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왠지 불안한 성수의 모습은 그가 과거에 어떠한 사연을 가지고 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이어진 형의 소식.
‘숨바꼭질’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된다. 최근 작품의 흥행 소식과 더불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손현주는 긴장감 유지와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개봉하기 전까지 되게 부담스러웠어요. 방송을 오래한 친구가 영화에 와서 잘 안된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까 걱정됐죠. ‘숨바꼭질’은 좋은 시나리온데, 저 때문에 묻히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중압감이 없다면 말이 안 되죠. 지금은 많이 봐주셔서 기분이 좋아요. 시나리오의 힘이라 생각해요. 허정 감독이 영화에 대한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초시계를 들고 살았어요. 처음에는 의식하지 않았는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초시계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어요. 긴장을 놓칠 수 없었기에 다른 영화보다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 손현주가 긴장을 놓지 않았던 탓일까. ‘숨바꼭질’은 모두의 예상과 기대를 뛰어넘는 흥행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겸손하게 모든 공을 시나리오와 감독에게 돌렸다.
“‘숨바꼭질’은 귀신이나 악령이 아닌 생활적인 공포를 다뤘기 때문에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흥행에 있어서는 시나리오의 공이 크다고 생각해요. 내가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꼈던 곳이 묘하게 비틀어졌을 때 오는 공포를 잘 노리고 쓴 것 같아요. 거기에서 나오는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것을 시나리오에서 잘 표현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영화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감독이 아니겠어요? 그걸 어떻게 표현 하는 것은 배우의 당연한 몫이죠.”
손현주가 말한 ‘숨바꼭질’의 표현에 있어서 그를 비롯한 배우들은 5~6개월이라는 촬영 기간 동안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선보였다.
“좁은 공간에서 맞추는 생활에 대한 합들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대역을 쓸 수도 없었고, 쓰는 것 자체도 싫어해요. 맞고 떨어지고...정희는 발톱, 난 손톱이 빠지는 등 자잘한 상처들이 많았죠. 제 자신이 생활에 대한 합에 강박증이 있어서 대충 가지를 못해요. 그래서 종종 뼈도 부러지죠. 요즘 관객 수준이 높아져서 대충 가면 다 알아요. 극중 성철에 대한 이야기가 튀어나오는 것이 불편하고 혼란스럽고 피하고 싶은 장면들이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감정들을 가지고 간다는 자체가 힘든 거죠.”
온몸을 던진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시나리오가 만나 흥행을 일궈냈다. 이 중심에는 손현주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항상 주어진 역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배우로도 유명하다.
“제가 지난 1991년도에 방송에 들어왔는데, 당시에는 늘 일주일 정도밖에 출연하지 못할 거라는 강박이 있었어요. 일주일 아니면 보름 안에 촬영이 끝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절실할 수 밖에 없었죠. 곧 사라질 배역들을 했었으니 죽기 살기로 버틸 수밖에 없었어요. 보름 안에 끝나면 너무 아깝잖아요.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내 자신을 각인시키기 위해 개그맨들이 유행어를 만들 듯이 뭐라도 하나 만들었어요. 덕분에 드라마 ‘첫사랑’에서도 거리의 악사라는 큰 비중 없는 캐릭터였는데, 끝까지 갈 수 있었죠. 당시에 누가 절 알아주겠어요.”
끝으로 그는 이병헌이 자신의 동기라는 사실과 그의 디테일한 연기를 극찬하며 자신을 ‘옆집 아저씨’라 칭하는 겸손함을 보였다. 또 마지막 인사를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대중에게 어필은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해요. 저는 지금 23~4년 동안 버티는 과정 중에 있다고 봐요. 매번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은 어떤 것이 될까’라는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살죠. 그때가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에요. 막상 선택하게 되면 거기에 집중하느라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죠. 그저 끝이 어딘지 모르고 열심히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금새 펄펄 끓는 양은냄비보다 은근한 뚝배기 같은 매력을 가진 손현주.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동시에 사로잡으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그가 다음에는 또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기대가 모아진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