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정부가 일시적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회사채 차환발행제도’가 23일 한라건설을 시작으로 첫 걸음을 내딛는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의 외면과 매끄럽지 못한 운영 문제 등은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회사채 차환발행심사위원회(이하 차심위)는 이날 오후 3시 심의회의를 열어 한라건설에 대한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여부와 향후 심사 절차ㆍ예상 지원규모를 논의한다.

금융투자업계와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들에 따르면 큰 변수가 없는 이상 지원 확정이 유력하다. 안이 확정될 경우 한라건설은 차환발행 지원을 받는 ‘1호 기업’이 된다. 지원 규모는 오는 27일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1100억의 80%인 880억원이다.

회사채 차환발행제도는 지난달 8일 정부가 발표한 회사채시장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신용등급이 낮아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에 대해 내년말까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를 대상으로 발행 기업이 20%를 자체 상환하면 산업은행이 80%를 총액 인수한다. 산은이 인수한 80%를 다시 금융투자업계(10%), 채권은행(30%), 신용보증기금(60%)이 분담해 매입하는 구조다. 신용보증기금이 매입한 회사채는 다른 기업 여러 곳의 회사채와 묶인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형태로 다시 금융시장에 매각돼 부도위험을 분산한다.

하지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저조한 참여율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건설업의 경우 다음달까지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은 한진중공업(2500억원), 한화건설(1937억원), 동부건설(700억원) 등 총 6646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정작 차환발행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은 1∼2곳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환발행 신청으로 외부에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고, 신용등급 하락과 채권단의 경영 개입 등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금융기관 간 의견조율 문제와 미숙한 운영도 풀어야 할 과제다. 차심위에는 간사인 산은을 비롯해 신용보증기금, 금융투자업계, 채권금융사 등 25개 기관이 참여한다. 당초 20일 개최예정이었지만 산은과 다른 채권은행들이 심사 방법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22일로 연기됐다가 다시 하루 미뤄졌다. 지원기준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확정짓지 못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운영방식이 매끄럽지 못했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관망하는 기업이 늘어났다”면서 “기업들의 자구노력 조건을 비롯한 가이드라인을 명시해서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