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담배 소송’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건보공단은 27일 지난 19년 동안 130만명의 방대한 진료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담배가 각종 암은 물론 심혈관계 질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해 냈다.
이를 바탕으로 건보공단은 흡연이 국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고, 건보재정을 갈아 먹었다고 보고 진료비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공단의 담배 소송이 실제로 이뤄지면 이는 국내 공공기관으로서는 첫 사례가 된다.
건보공단이 국내 담배 제조사는 물론 해외 담배 제조사를 대상으로 한 소송가액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건보공단은 이번 소송을 위해 지난 2001년 연세대학교와 연구용역을 체결했고, 소송 반대편인 담배 제조사들이 피해갈 수 없을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무려 19년 동안 130만명의 건강검진자를 대상으로 한 빅데이터(Big Data)를 구축해 왔다.
건보공단의 소송 배경에는 국민건강보험법 제 58조에 규정돼 있는 제3자의 행위 탓에 건강보험 진료비가 쓰였다면 공단이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는 구상권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당연히 흡연으로 인해 각종 암 발생률이 현저히 높아졌고, 건보 재정이 각종 암이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년간 1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야 했다면, 이에 대한 구상권을 담배 제조사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실제 소송이 진행된다면 그 승패는 담배회사의 과실을 어느 정도까지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때문에 건보공단은 그동안 조용히 빅데이터를 축적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건보공단은 일단 담배 제조상 결함 등 제조물책임을 따지거나 정보은폐와 중독성 강화 첨가물 투여 같은 행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담배 관련 소송은 대법원(대법원 2011다22092)과 고등법원(서울고법 2012나19880)에 각 한 건이 계류 중에 있다. 대법원에 계류된 사건은 1999년 흡연피해자 6명과 그 가족 총 31명이 제기한 것으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하급심은 일부 원고에 대해 흡연과 폐암과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했지만 담배의 결함과 KT&G의 불법행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2005년 폐암으로 사망한 경찰공무원의 유족이 제기한 소송의 경우에도 역시 원고가 1심에서 패소했다. 유족은 공무원공단에 보상을 요구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흡연이 사망의 주원인이라며 패소하자 담배회사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낸 바 있다.
계류 중인 두 건은 모두 개인이 원고인 경우이지만, 건보공단이 원고가 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공룡Vs공룡의 싸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보공단은 이번 소송을 위해 빅 데이터를 축적해왔다는 점과 법률적인 전문성에 있어서도 담배회사에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지난 1990년대 이후 주(州) 정부가 담배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결과 승소하거나 합의를 통해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건보공단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정미화 변호사(남산법무법인)는 “담배회사의 과실을 부분적으로만 입증한다고 해도 손해배상 규모는 엄청난 액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