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동네 치킨집부터 병원, 여행사, 쇼핑몰 등이 퍼블리시티권 소송에 휘말리고 있지만 법원의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퍼블리시티권이 함부로 쓰여져서는 안되는 권리라는 점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이를 보장할 제도나 판례 등 법적 근거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들어 1심 법원에서 선고된 판결만 보더라도 그렇다. 소녀시대의 제시카와 배우 수애는 얼마 전 “치아교정 전후 사진을 허락없이 사용했다”며 강남의 한 치과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하기는 했지만 퍼블리시티권을 인정받지는 못했다. 재판부는 “성문법주의를 취하는 우리나라에서 실정법의 근거 없이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가수 백지영 씨는 지난달 자신의 비키니 사진 4장을 무단으로 사용한 성형외과를 상대로 건 소송에서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돼 400만원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소송을 담당한 재판부는 “우리 법에 명문 규정은 없지만, 개인의 성명이나 초상에 대해 인격권이 인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퍼블리시티권)도 인정될 필요가 있고, 다수 국가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며 백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다만 퍼블리시티권에 대해 명시된 규정이 없고,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위법하다는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 자리잡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배상액은 제한했다.

법적인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퍼블리시티권 침해 정도가 크지 않은 영세업체들까지도 무차별적으로 소송 위협에 시달리는 것은 일관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예ㆍ스포츠계 종사자들 역시 스타를 활용한 문화ㆍ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퍼블리시티권이 반드시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한류 콘텐츠가 해외로 진출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권리를 해외에서 주장하기 어려워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관련 기준 마련에 대한 공감대 때문에 지난 23일 국회에는 퍼블리시티권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개정안은 퍼블리시티권을 침해받을 경우 침해금지 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토록 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최원식 민주당 의원은 “명확한 기준과 법적 근거가 마련돼 같은 사안에서 누구는 인정되고 누구는 인정되지 않는 혼선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