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 부르는 노래…그걸 만끽하는 관객들 거리 악사들의 ‘버스킹’ 이젠 당당한 주류문화로 지나친 소음 인근주민에 피해 해결 과제로
지난 8일 오후 9시께, 늘 오가는 사람이 많은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이 유난히 더 붐볐다. 모여든 사람들의 시선은 KFC 홍익대점 앞에서 공연 중인 두 남자를 향해 있었다. ‘ABCD’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라는 이 둘은 통기타와 젬베(아프리카 전통 타악기)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의 준우승팀인 버스커버스커가 불러 유명해진 윤종신의 노래 ‘막걸리나’를 열창했다. 고정 팬들이 꽤 많은 듯 이들은 즉석에서 신청곡을 받기도 했다.
홍대 앞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서용준(25) 씨는 “홍대 앞 놀이터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도 종종 버스킹(길거리 공연)이 벌어진다”며 “이곳 아니면 이런 거리 공연을 구경할 만한 장소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2월 십센치(10㎝)는 인디 밴드 최초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벌이며 아이돌 그룹 이상의 인기를 과시했다. 그러한 십센치의 시작도 홍대 앞 놀이터 등지에서 벌였던 버스킹이었다.
버스킹 개념이 생소했던 2000년대 중후반부터 홍대 앞에서 버스킹을 펼쳐온 좋아서하는밴드는 거리에서 2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올리며 ‘거리의 악사’라는 소박한 별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슈퍼스타K3’ 우승자 출신인 밴드 버스커버스커는 지난해 봄에 발매한 첫 정규앨범의 수록곡 ‘벚꽃 엔딩’으로 올봄 음원차트도 다시 한 번 휩쓸며 ‘봄의 캐럴’이란 찬사를 받았다. 버스커버스커 역시 시작은 밴드의 이름처럼 버스킹이었다.
좋아서하는밴드의 조준호는 홍대 앞에서 버스킹이 많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버스킹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찾아오기 때문에 어떤 장소다도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벌일 수 있다”며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기 때문에 공연 수입이 가장 좋은 곳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없지 않다. 홍대 앞에서 버스킹을 벌였던 많은 가수가 스타로 떠오르자, 내일의 스타를 꿈꾸며 거리로 나오는 가수들 또한 늘어났다. 앰프와 마이크 없이 단출한 악기와 목소리만으로 펼쳐졌던 과거의 버스킹과는 달리 최근엔 어지간한 공연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버스킹도 많아졌다. 그 결과 주민들의 소음 민원이 급증했고, 인터넷 상에선 “마포구청이 버스킹을 ‘불법 노점상’으로 취급해 단속에 나설 것”이라는 루머가 떠돌기도 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버스킹 전면 금지는 근거 없는 이야기이지만 주민들의 민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하며 “올 들어 유난히 민원과 단속이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준호는 “최근 들어 너무 많은 가수들이 버스킹을 벌이며 경쟁적으로 서로의 앰프 볼륨을 높이다보니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며 “심지어 우리가 버스킹을 하는 곳 가까이에서 너무 시끄럽게 연주를 해 방해를 받은 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버스킹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음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며 “자유롭게 버스킹을 벌이는 것도 좋지만 이에 앞서 자유에 대해 고민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진영 기자ㆍ박영서 인턴기자ㆍ김지희 인턴기자/123@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