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가동안되면 내년 여름까지 개점휴업상태 이어질 수도…”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개성공단에 입주한 의류봉제 업체들이 ‘내년 봄ㆍ여름 상품’ 잡기에 분주하다. 계절이 바뀌기 3~4개월 전에 미리 상품생산에 들어가는 의류업계의 특성상 “지금 계약을 수주하지 못하면 내년 여름까지 놀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진 탓이다.

19일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입주한 의류봉제업체들은 ‘일감 찾기 비상’이 걸렸다. 계절에 앞서 제품을 생산하는 의류봉제업은 8월 말~9월 초에 내년 봄ㆍ여름 상품에 대한 시제품 생산과 계약이 이뤄지는데, 공단 재가동 시점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으면서 물량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

문창섭 삼덕스타필드 대표는 “14일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된 후 바로 바이어들에게 연락을 해 봤지만 ‘재가동 시점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물량을 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성공단이 정상화돼도 8월 말까지 내년 S/S시즌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상당수의 의류봉제업체가 개점휴업상태로 6개월 이상을 보내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한 의류봉제업체는 72개로, 전체 입주기업(123개)의 60%에 이른다. 지난해 공단 생산액 4억6950만달러 중 80%를 의류봉제업체들이 생산해냈다. “의류봉제업체가 계약수주를 못 해 개점휴업상태에 이른다면 공단 정상화가 무슨 소용이냐”는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이미 생산계약이 끝난 겨울상품의 재주문(Reorder)물량 확보에 나서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문 대표는 “국내에서 잘 팔리는 일부 겨울상품의 경우 기업들이 추가물량확보를 위해 재주문을 많이 한다”며 “어차피 동남아시아 쪽으로 재주문을 내도 운송에만 3~4주가 걸리기 때문에, 그 안에 공단 재가동 결정이 내려지길 기도하며 바이어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다소 비용과 시간을 더 들이더라도 생산계획이 불명확한 개성보다 해외에 발주하겠다”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여성복을 생산하는 만성의 성현상 대표는 “지속적으로 상황보고를 올리면서 수십여 개 업체와 접촉일정을 잡고 있지만, ‘재가동 날짜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생산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책임을 어떻게 질 거냐’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박용만 녹색섬유 대표는 “차후 협의와는 별개로 먼저 공단이 재가동에 들어가야 공단과 입주 업체들 모두가 살 수 있다”며 “의류봉제업은 별다른 중장비가 필요치 않아 즉시 재가동에 들어갈 수 있으니 설비점검팀의 방문이 끝나는 대로 정부가 재가동 시점을 발표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