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닷새 만에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타이밍 정치의 귀재’라고 불리는 안 의원이지만 주요한 정국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거나 한 박자 늦게 ‘모범생 답안’을 내놓으면서, 기성 정치권의 한복판에서도 여전히 ‘구름 속’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안 의원은 1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세제개편안에 앞서 생각해야 할 조세정의의 과제들이 있습니다’라는 성명을 통해 “‘증세’라는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을 결정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정부각료들은 수개월 동안 세제개편안 작업을 하면서도 경기침체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 형편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대통령도 뒤늦게 재검토를 지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사전에 세제개편안 내용을 충분히 보고받은 만큼 책임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정부와 여권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또 “과세형평성 등을 감안할 때 먼저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대기업 법인세, 소득세 최고구간 상향 조정, 비과세 감면 축소 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먼저 결정한 뒤 서민, 중산층의 근로소득세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예산정책과 조세행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안 의원이 세제개편안의 초점을 ‘조세정의 실현’으로 방침을 정해 성명을 발표했지만 뒤늦게 ‘바른 말’만 하면서 여야 대치 국면에서 ‘반사 효과’만 얻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안 의원은 지난 7일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두고서도 “야당이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고 결국 장외투쟁까지 벌이는 상황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지만 저도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하면서도 “촛불집회에 참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정국에 대해선 여전히 방관자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좀처럼 풀리지 않는 여야 대치국면에서 안 의원의 ‘존재감’을 찾기 어렵게 되면서 정치세력이 없는 ‘무소속 의원의 한계론’도 거론된다. 지난 10일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을 맡았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안 의원과 결별했다. 안 의원이 신당 창당을 하기도 전에 잇따른 유력인사들과 결별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의원이 독자 세력화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