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나자 ‘열대야증후군’ 불청객 피부온도 높이고 땀…한밤에도 뒤척 피로감·짜증·무기력·두통…능률도 뚝
술·카페인·담배·야식 등 렘수면 방해 미지근한 물 목욕…비타민 섭취 강추
49일이라는 역대 최장 기간의 장마가 끝나면서 밤에도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높은 기온과 습도가 지속되면 우리 몸은 외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 생리작용을 하게 되면서 신체기능이 평소보다 약해진다. 또 조그마한 환경 변화나 건강 위험요소에 쉽게 반응해 크고 작은 병에 잘 걸린다. 어떻게 하면 열대야를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을까.
▶두통ㆍ소화불량…‘열대야 증후군’ 조심하라=밤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이면 열대야로 정의한다. 열대야에 시달린 다음날 아침은 왠지 잠을 잔 것 같지 않고 평소보다 더 피곤하다. 몸이 무겁고 낮에는 꾸벅꾸벅 졸리며 두통과 소화불량까지 나타는 ‘열대야 증후군’이 쉽게 생긴다. 인체는 낮보다 밤에 체온이 낮아지는데 한밤에도 외부 온도가 25℃를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피부 온도가 높아지고 땀이 흐르면서 생기는 불쾌감 때문에 잠을 자기가 쉽지 않다. 열대야로 인해 생긴 불면증은 열대야가 없어지더라도 곧바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피로감과 짜증, 무기력, 집중력장애, 두통, 식욕부진, 소화장애와 같은 여러 증상까지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자칫하다가는 산업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당뇨ㆍ심장 등 만성질환자는 물 많이 마셔라=열대야가 계속되면 만성질환자들은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체내의 비타민과 무기염류가 땀을 통해 배출돼 전해질의 불균형 상태가 초래되면서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땀과 소변을 통해 자기도 모르게 수분이 배출되면서 인체 내 혈당량이 급격하게 증가할 뿐만 아니라 더울수록 시원한 음료수나 과일을 찾게 되면서 혈당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음료수는 가능한 한 삼가고 수박 등의 과일은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 제한적으로 섭취하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물을 자주, 많이 마시는 게 좋다.
위나 장은 스트레스에 특히 민감하다. 더위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해 운동능력을 저하시킨다. 한동안 잠잠하던 위장관 질환이 여름에 쉽게 재발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규칙적인 운동과 요가,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소화기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노인이나 심혈관 질환을 가진 사람은 여름철의 고온 환경에 그 누구보다도 취약하다. 기온이 올라가면 혈관이 확장되고 심장에서 배출되는 피의 양이 많아져 생리적인 적응 능력이 떨어진다.
▶‘꼭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 버려라=더위가 가시지 않는 밤을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가능한 한 체온을 낮추는 것이다.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이용해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선풍기 바람을 장시간 직접 쐬는 것은 금물이다. 에어컨 사용도 체온을 낮추는데 효율적이지만, 외부와 온도 차이가 클 경우 두통과 피로감을 악화시켜 냉방병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바깥 기온과 5도 이하가 되도록 온도를 설정하고 1시간 이내만 사용한다.
이런 방법을 동원해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면 샤워로 체온을 식히는 것도 좋다. 그러나 처음부터 너무 차가운 물로 목욕을 하면 근육이 긴장하고 생리적인 반작용이 생겨 체온이 다시 올라갈 수 있다. 따라서 미지근한 물로 시작해 서서히 온도를 낮추는 방법을 사용한다. 초저녁에 30분 정도 가벼운 조깅이나 속보, 산책을 하며 땀을 흘린 후 샤워를 하면 더 효과적이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것도 필요하다. 강박관념은 생각 자체만으로도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조정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흔히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사람은 ‘오늘도 못 자면 어떻게 하지’라고 미리 걱정을 하는데 이럴 경우 머리가 더욱 맑아져 잠을 못 이루게 된다. ‘못 자면 좀 피곤하고 말지’와 같이 편하게 생각하는 게 숙면에 좋다”고 조언했다.
▶잠 안 온다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 참아라=졸립다고 낮잠을 오래 자면 생체리듬이 깨져 인체 내의 ‘생체시계’가 헝클어진다. 또 카페인이 든 커피나 홍차, 초콜렛, 콜라 그리고 담배는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수면을 방해하므로 삼간다. 늦은 시간에 음식을 먹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소화를 시키느라 몸에서 열이 더 나기 때문이다. 잠자기 전 수박이나 음료수와 같이 수분을 과하게 섭취하는 것도 금물이다. 더운 날 맥주 한 잔은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데 최고지만, 깊게 자는 렘(rem) 수면을 방해한다. 즉, 자주 깨게 만들어 다음날 더 피곤할 수 있으므로 불면증이 있다면 술을 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습관이다. 규칙적인 생활은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무더운 여름에도 생체리듬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잠을 설쳤다고 해서 늦잠을 자기 보다는 제 시간에 일어나 평소의 흐름을 유지하고 동일한 시간에 잠자리에 든다. 또 적당한 운동과 고른 영양 섭취, 절제된 생활은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는 데 도움이 된다.
흰쌀밥보다는 국수나 잡곡, 그리고 비타민이 많은 채소와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신선한 우유나 두부 같은 콩으로 만든 음식도 더위를 견디기 쉽게 해 준다. 조정진 교수는 “열대야가 지속되면 체내 온도조절 중추도 흥분해 깊게 잠을 자는 것이 어렵다. 이럴 때 냉방기구를 오래 사용하면 냉방병이나 감기에 걸릴 수 있고 한번 생체리듬이 깨지면 한동안 지속돼 일상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가벼운 운동 후 샤워로 체내 온도를 낮추고 비타민이 많은 음식을 충분하게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열대야 숙면을 위한 금기사항 10가지> 1. 낮잠을 오래 자지 않는다. 2. 저녁에 수박이나 음료수 등을 많이 먹지 않는다. 3. 커피나 홍차, 초콜렛, 콜라, 담배를 멀리 한다. 4. 밤에 찬물 샤워를 하지 않는다. 5. 공포영화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는다. 6. 억지로 잠을 청하지 않는다. 7. 늦은 시간 과다한 운동은 피한다. 8.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음식물을 먹지 않는다. 9. 술을 마시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