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부산)=박수진 기자] 지난 8일 오전 8시께. 1만TEU급(20피트 단위 컨테이너 1만개를 실을 수 있는 규모) 컨테이너선 ‘한진차이나호’가 한진해운 부산 신항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개의 선석을 차지하며 입항에 성공하자 하늘을 향해 곧추 서있던 ‘갠트리(Gantry)크레인’이 한진차이나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배에 실린 컨테이너를 육상으로 옮기기 위해 70m길이의 팔(지브ㆍJib)을 뻗기 시작했다. 63빌딩의 높이보다 72m나 더 긴 길이(349m)를 자랑하는 초대형 선박인 탓에 갠트리크레인도 4대나 동원됐다. 크레인이 자리를 잡자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한진차이나호는 이날 미국에서 컨테이너 6500개를 싣고 부산에 왔다. 이곳에서는 이중 절반 가량을 하역했다. 다음 목적지인 광양항과 상하이로 떠나는 시간은 이날 오후 6시로 허락된 시간은 10시간 남짓이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정확한 물량을 실어나르기 위해선 속도와 정확성이 필수다. 무인자동화시스템이 큰 기여를 한다. 한진해운 부산신항만은 2009년 개장 때부터 항만 전 지역에 자동화설비를 구축한 세계 최초의 항만이다.
물론 갠트리크레인을 조종해 정확히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는 일은 아직까지는 크레인 조종사의 역할이다. 크레인 한 대당 한명의 조종사가 투입된다. 하지만 어떤 컨테이너를 어떤 순서로 작업해야하는지 계획을 세우는 것은 모두 자동화시스템의 몫이다. 선박이 입항하기 전 이미 계획이 완료된다.
갠트리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야드로 옮기는 시간에 맞춰 트럭이 정확한 위치에 도착해 대기할 수 있는 것도 트럭에 탑재된 무인인식전자태그(RFID)덕분이다. 사람이 일일히 확인하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해당 트럭이 어떤 컨테이너를 어디로 옮기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컨테이너가 배에서 트럭으로 옮겨지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는 시간은 고작 2~3분에 불과하다.
배가 입항하지 않은 심야 시간에도 한진해운 신항만의 자동화시스템은 작동한다. 내일 중국에서 입항할 선박이 미국으로 싣고 갈 컨테이너를 무인야드크레인(ARMGC)를 이용해 전날 밤 미리 선적 순서대로 컨테이너를 쌓아놓는다. 현재 신항만에는 42대가 가동 중이다.
자동화시스템의 존재 이유는 ‘생산성’ 이다. 매년 처리 물량이 늘고 하역 단가도 높아지면 금상첨화겠지만 2009년부터 지속되는 해운업 불황으로 물량은 제한되고 항만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게다가 대형 선사들이 많은 물량을 무기로 하역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수익을 내기란 더욱 힘들어졌다.
빠르고 정확한 작업으로 이른바 ‘경제속도’를 높여 고객을 유치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이유다. 한진해운 부산신항만은 처음부터 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해 인건비는 줄이고 작업효율성은 높이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그 결과 개장 이후 꾸준히 컨테이너 처리물량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해에는 240만TEU로 2011년(216만TEU) 대비 약 11% 증가했다. 올 해도 6월 기준 처리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122만TEU를 기록했다.
이택종 한진해운 신항만 총괄지원팀장은 “생산성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 4년 간 자동화시스템의 기틀을 잡아왔는데 또다른 생산성 향상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야드 내에서 트럭의 동선을 최소화 해 효율성을 높이는 일 등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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