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학생 간, 또 선후배 간 위계질서가 분명한 대학문화에서 술자리를 빙자해 공공연히 있어온 성추행 문제가 곪아서 터진 거죠. 뿌리가 썪어 있는데 문제로 드러난 곁가지 몇 개만 잘라낸다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까요?”

고려대 구성원들의 잇단 성추문 소식을 접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다. 과거 대학을 다녔던 기성 세대뿐 아니라, 현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도 “터질 문제가 터졌다”고 입을 모은다.

고려대의 연이은 성추행 사건은 대학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성범죄의 모습을 보여준다. A 교수는 연구실에서 여제자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했고, 이 대학 보건과학대 소속 B 교수는 연구나 진로 상담을 빌미로 여학생과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도 고려대 일부 여학생들이 “논문 지도 등의 이유를 들어 C 교수가 술자리에서 상습적으로 허벅지와 팔을 더듬었다”며 성추행 피해를 호소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한 대학원생은 “교수가 학생들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가벼운 신체접촉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이를 문제삼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학의 그릇된 음주문화는 각종 성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같은 대학 여학생 19명을 성추행한 고려대 남학생의 경우도 모두 술자리를 이용해 신체접촉 등의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학은 사건이 터지고나서야 ‘엄정한 처벌로 대응하겠다’는 식의 사후약방문을 내놓는데 급급하다.

고려대는 지난 2011년 5월 고려대 의대생들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사건으로 한 바탕 홍역을 치르고서도 대책 마련에 미온적이었다. 심지어 대학원생을 강제추행하는 등 성추문을 일으킨 D 교수에 대해서는 징계 절차를 제대로 밟지않아 억대의 돈을 물어줘야 할 상황에 이르는 등 발생한 사건에 대한 처리도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고려대 여학생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학교는 여전히 “경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엄정한 처벌을 하겠다”라는 말로만 대책을 대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내 술자리 문화와 성의식에 대한 총체적 재점검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교육 당국이 대학내 성추문을 ‘불미스러운 일’로 취급하며 ‘사후 처벌’로만 대응한다면 상아탑 속 성추문 뿌리가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것임이 명약관화다.

황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