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지성> 브루스 누스바움 지음 / 김규태 옮김 / 21세기북스

“창조성은 피드백-상호작용으로 형성 “개인 능력 아닌 사회적 관계 더 중요” 기존 패러다임 뛰어넘은 새로운 관점

지식발굴 등 ‘창조적 지성’5가지 능력 인재-기업들 성공·실패담도 흥미진진

‘왜 삼성은 애플이 되지 못하는가.’

이 물음은 21세기 우리 사회의 가장 뜨겁고 본질적인 질문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기술 혁신을 통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있지만 새로운 틀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혁신은 찾아보기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재 창조경영이 화두지만 창조성은 기치를 높이 든다고 생기는 건 아니다. 문제는 모두가 공유하는 이상과 미래를 그리는 능력에 있다.

지난 2010년 3월 스탠퍼드대에서 ‘디자인의 미래’란 주제로 학회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디자인 사고의 기존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틀간 열띤 토론이 이어졌고 이때 ‘디자인 지성’ ‘창조적 지성’ 같은 신조어들이 생겨났다.

이 학회에 참여자 중의 한 사람이 디자인, 창조성, 혁신사상가로 유명한 브루스 누스바움 현 파슨스디자인스쿨의 디자인 혁신 담당교수다.

그는 최근 저서 ‘창조적 지성(원제 Creative Intelligenceㆍ21세기북스)에서 창조성이란 무엇인지,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는 창조적 지성의 능력은 어떤 것인지 다양한 연구 성과를 토대로 설명해 나간다.

저자는 창조적 지성의 5가지 능력으로 지식 발굴, 틀 짜기, 즐기기, 만들기, 중심 잡기를 꼽는다. 무엇보다 시작은 지식 발굴이다. 수많은 지식 가운데서 나에게 맞는 것을 골라내는 것이다. 창조적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식이나 기술을 도입해 새롭고 놀라운 방식을 시도하며, 지식을 발굴할 수 있으며, 관심 있는 주제나 문화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몰입을 통해 제2의 천성이 될 때까지 연마하는 것이다. 또 과거를 발굴해 재해석함으로써 일대 혁신을 일으킬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틀 짜기의 롤모델은 킥스타터. 소비자를 후원자로 바꾼 것이다. 이는 신생 기업이 자금을 지원받는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유도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본주의 문화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킥스타터는 사용이 간편하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소개할 수 있는 작은 창을 마련해 ‘후원자’로 불리는 대중이 온라인상에서 그 아이디어를 바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12년 킥스타터를 통해 성공한 프로젝트에 투자된 총 액수는 3억1600만달러에 달한다.

참여의 틀 짜기에서 참여 방식을 새롭게 기획하는 능력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기 위한 강력한 테크닉 중 하나다.

틀 짜기의 시작은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할 수 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집중하는 것이다. 저자는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내러티브의 틀 짜기를 한다는 점을 기억하라”며 “스토리에는 당신이 변화할 수 있는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고 조언한다.

만들기 역시 창조적 능력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직접 손으로 만들기는 요즘 핫한 트렌드다. 이런 흐름은 사실 인구통계학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세계화를 통해 세계의 다양한 기호를 즐길 수 있었다면, Y세대는 세계화에 부정적이며 대기업에 자신의 인생을 거는 것에 확신이 없다. Y세대는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혁신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하는 열망이 가득한 세대다. 또 디지털 세계에서 나고 자란 Y세대는 리얼한 것에 열광한다. 리얼TV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저자가 창조적 지성의 능력으로 꼽은 중심 잡기는 아이디어로 사업을 변화시키는 능력과 관련돼 있다. 창조적인 결과물을 얻어내는 데 필요한 기술들이다. 아우라 부여하기, 피벗 서클 설정하기, 로컬 네트워크 활용하기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 책의 새로움은 그간 창조성을 개인적 차원의 능력으로 본 것과 달리 사회적 관계로 본 데 있다. 즉 전문가를 통해 피드백을 받거나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일어날 때 비로소 창조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상호작용은 단지 자신의 경험을 넓히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진정 의미를 느끼는 대상을 찾아서 이해할 때 새로움은 다가온다는 말이다. 책에는 수많은 창조적 인재와 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들이 가득해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특히 창조적인 인재를 뽑는 방법이라든지, 비공식적인 창조성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법 등 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꼭꼭 채워넣은 점도 평가할 만하다.

이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