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F1의 제왕’으로 불리던 독일의 미하엘 슈마허는 지난해 4월 중국 상하이 대회 결승레이스에서 천금같은 재기의 기회를 놓친다. 12랩을 돌고 타이어교체를 위해 자신의 정비구역(Pit)을 찾았다. 예선 2위 성적으로 결승에 올랐기 때문에 이 피트스톱만 3초 이내에 이뤄졌더라면 포디움(podium:시상대)에 오르는 상황까지 기대해 볼 만 했지만, 우측 앞바퀴가 완전히 고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차 사인을 받고 피트박스를 떠나고 말았다.
문제의 바퀴는 턴3에서 느슨해져 운영요원의 정차 명령을 받는다. 만약 정차 이전에 바퀴가 떨어져나갔다면 큰 사고와 패널티를 당할 수도 있었지만, 위험요인에 즉각 대응한 점을 참작해 5000유로(약 725만원)의 벌금만을 부과받았다. 벌금은 껌값이라해도 오랜만에 포디움에 다시 오를 기회를 놓친 아쉬움은 컸다. 앞서 ‘F1의 요즘 대세’ 독일 제바스티아 페텔은 2011년 영국대회에서 1위를 달리다 뒷바퀴를 덜 조였다가 스페인의 페르난도 알론소에게 역전패 당하기도 했다.
2009년엔 한 레이서가 피트박스에서 타이어 교체와 급유까지 받다가 기름을 다 넣지 않은 상태에서 2미터짜리 급유관을 달고 달리다 낭패를 당했다. 피트박스에서 숱한 과실이 발생해 레이스 과정의 크고 작은 사고로 이어지자, F1주최측은 2010년부터 피트스톱때 급유는 금지했다.
피트스톱은 또 다른 전쟁이다. 3초를 넘으면 포디움에 오를 생각을 접어야 한다. 피트 크루(crew) 중 롤리팝맨이 정차 위치로 유도하면, 잭맨이 차체를 들어 정비개시를 알리고 차량 앞 뒤 상황을 살피는 사이, 메커닉(정비사) 3명이 한 조가 되어 바퀴 하나씩을 맡아 동시다발로 4개를 교체한다. 추가 정비사항이 있으면 타이어 교체와 동시에 차량 좌우에 고참 메커닉이 응급처지를 하게 된다. 가이드역이던 롤리팝맨은 이 사이 유리창을 닦고 파손 여부를 살핀다. 피트스톱에는 최대 14명이 참가하며, 한번 대회를 준비할 때 마다 피트스톱 훈련만 1000번 가량 한다고 한다.
피트 정차는 지정된 구역을 딱 맞춰야 한다. 지정된 장소를 약간 지나쳤어도 후진기어 사용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피트맨들이 힘으로 밀어 맞춰야 한다. 소속사가 바뀐 줄도 모르고 친정집 피트로 진입하는 실수도 가끔 발생하기도 한다. 남의 집에 무단침입하는 건 치명적이다. 피트크루는 단순 정비공 같지만 박사학위 소지자가 수두룩하다고 한다.
3초이내 모든 정비를 마치는 피트스톱 과정은 팀워크의 최고 결정체이다. 평소 자기 일의 숙련도를 높이는 훈련을 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자기의 본분을 다하며, 서로 믿으면서 공동체의 역량을 극대회할 때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오는 10월 4일 영암에서 연습주행을 시작으로 5일 예선, 6일 결승전을 치르게 될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한국에서도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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