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꼴찌, 유엔 191개 가입국 중 독서량 161등, 한 달 독서량 0.8권…. 한국 국민의 책 읽기 성적이다. 입시, 승진 등 생존의 틈바구니에서 부대끼느라 책읽는 시간조차 내지 못하는 한국인들의 현실이다. 일류 국민을 지향하는 국민성의 발로일까. 이 같은 창피한 현실에 맞서기 위한 자발적 독서운동이 가족단위부터 시작돼 학교, 직장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족 안에서 시작되는 책읽기=책읽기 운동은 가족 안에서부터 시작된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책을 읽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가족들과 독서토론을 하는 식이다. 10년 동안 모임을 이어오고 있는 ‘네오클’이 대표적인 가족독서모임이다.
네오클 가족회원들은 매달 한 권씩 읽을 고전을 정하고 도서관에서 모여 3~4시간씩 토론을 한다. 2003년 3월부터 시작한 이 모임은 10년 동안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진행됐다. 29일에는 존러스킨의 경제학명저 ‘나중에 올 사람에게도’에 대해 토론하는 127번째 토론모임도 있다.
네오클 탄생의 산파역할을 했으며, 최근 자신의 가족들이 쓴 독후감을 책으로 묶어 내기도 한 곽규홍(54ㆍ대전고등검찰청 검사) 씨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함으로써 어떤 교육 투자보다도 가치 있는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아이들 교육뿐만 아니라 모임을 통해 소위 ‘밥상머리’ 대화가 바뀌는 등 부모자식 간 대화의 기회도 더 많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꽃피우는 자발적인 책읽기 모임=‘도레미파솔라시도’, ‘웰컴투아우어드림’, ‘희망을 꿈꾸다’ 등…. 서울 국사봉중학교 내에 있는 독서 모임의 이름이다.
3, 4명 작은 규모의 아이들은 스스로 모임의 이름을 만들고 책을 선택, 매주 같이 모여 책읽기와 토론을 한다. ‘소규모’ 학생들의 ‘자발성’이 학교마다 하나씩 있는 ‘독서부’와 다르다. 마음과 뜻이 맞는 학생들은 언제든지 책읽기 모임을 만들고 클럽활동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자발적 독서 모임은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발적 책읽기 모임을 시작해 전국에 퍼트리고 있는 백화현(54ㆍ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모임 대표ㆍ서울 국사봉중 교사) 씨는 “아이들이 자발적인 책읽기를 통해, 배움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도 책읽기를 통해 변하는 모습을 본다”고 말했다.
▶기업도 동참한다=기업에서도 책읽기 모임이 활발하다. 애경산업, 포스코, SK네트웍스 등은 책읽기 운동을 경영의 한 축으로 끌어올리며 직원들의 독서를 장려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애경산업의 활동이 가장 두드러진다. 2007년부터 사내 책읽기를 권장한 애경산업은 지난 6월 ‘2013서울국제도서전의 독서진흥 세미나’에서 기업대표로 참석해 독서클럽 사례 발표를 하기도 했다. ‘10마리의 나비들’ 등 자발적으로 생겨난 회사 내 독서클럽이 15개에 이른다. 입사동기들 간 독서모임, 부서 간 독서모임 등 그 형태는 다양하다. 애경산업은 전 직원의 독서현황을 돌보는 ‘주니어보드’라는 조직을 설치해 독서왕을 포상하고, 유명저자의 특강을 유치하는 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직원들의 독서를 지원하기 위해 연간 1억원 상당의 책을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