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생생뉴스]추석 연휴가 지나고 본격적인 가을에 접어들면서 우울증 등을 동반한 ‘빈 둥지 증후군(가정에서 자신은 빈 껍데기 신세가 됐다는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안과 우울증을 방치하면 각종 사건ㆍ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요구한다.

2년 전 남편과 사별한 박모(75ㆍ여) 할머니는 최근 우울증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본인과 같은 심정을 토로하며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박 씨는 “자녀들과 손자들이 다녀간 추석 명절 이후로 식욕이 없고 집 밖에 나가기 싫어졌다. 사는 재미가 없고 ‘나 혼자’라는 기분에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곤 했다”며 외로움을 토로했다.

하지현 건국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노인들은 연말이 다가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가을, 겨울을 지나면서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는 경험을 하게 되면, 특히 독거노인들은 ‘혼자’라는 심리적 외로움과 불안을 겪기 쉽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독거노인 수는 2000년 54만명에서 지난해 119만명으로 10여년 사이 배 이상 증가했다. 노인 인구 10명 중 2명이 독거노인이라는 통계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우울증’ 및 ‘빈 둥지 증후군’ 등에 시달리다 증세가 심각해지면 실종이나 화재 또는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하 교수는 “중년기 이후에 우울증을 겪는 사람 대부분은 건망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을 겪으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종의 ‘가성 치매(치매와 비슷한 초기 증상을 보이는 노인성 우울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 홀로사는 노인들이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어 실종이 되거나, 음식 조리 중 잠이 들어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이 적지 않다. 충북 청주에서는 다가구 빌라에서 홀로사는 60대 노인이 가스렌지 불을 켜 놓은 채 잠이들어 올들어서만 수 차례 큰 불이 날 뻔해 인근 주민들이 ‘화재 불안에 떨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일선의 한 지구대 경찰관은 “독거노인이 늘면서 이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거나 ‘집 주소를 잊었다’는 등의 신고나 민원이 종종 들어온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울증을 동반하기 쉬운 빈둥지증후군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혼자사는 노인들의 활발한 사회적활동이 가능해야 하고 심리적, 신체적으로 이들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충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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