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ㆍ안상미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7개월만에 공약 수정으로 방향타를 돌렸다. “다 국민을 위하는 것인데 (복지)공약을 지키지 말라고 하는 것은 황당하다”며 공약 원안 고수를 외치던 입장에서 벗어나 이제야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 후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등 정치권이 공약 수정을 ‘국민기만’으로 몰고 가는 것은 원칙과 신뢰를 가장 큰 정치적 무기로 삼고 있는 박 대통령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원칙과 신뢰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애당초 현실성 없는 공약을 제시했다가 이제야 뒤늦게 수습에 나선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다. 대통령 선거전이후 불과 10개월만에 크게 상황이 변한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정’은 마라톤과 같다. 죽도록 뛰어 100m 테이프를 끊자마자 탈진해 쓰러지는 단거리 게임이 아니다. 공약 수정으로 인한 대통령의 이미지 훼손은 ‘잠깐’이지만, 공약 고수로 인한 국민과 국정의 피로도와 피해는 두고두고 짐이 된다는 말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처럼 수십 조원의 예산이 드는 공약이라면 정책목표는 무엇인지,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검토하고 설명했어야 했다”며 “앞으로도 복지가 주요 정책 이슈가 될 텐데 지금같은 식으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약은 단순히 재정건전성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경체활력을 떨어뜨리고,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지우는 포퓰리즘적 복지공약은 겉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먹으면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는 독버섯이라는 것이다. 부작용이 뻔한 공약을 고집하면, ‘원칙과 신뢰’는 되려 ‘오기와 독선’으로 추락하고, 국가재앙앞에서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일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이행의 피해는 이미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노태우 정부 시절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새만금 사업은 1991년 첫 삽을 뜬 이래 수십조원의 재원만 갉아먹은채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노무현정부의 행정수도 세종시는 엄청난 부작용과 과비용에 직면해 있다. 해결점은 묘연하다. 이명박정부때 무리하게 밀어 붙였던 4대강사업은 정부가 바뀌자마자 ‘녹조라테’등 엄청난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기초연금과 무상보육과 같은 복지, 4대강 같은 대규모 SOC는 되물릴 수 있는게 아니다. 한번 하고 나면 죽을때까지 두고 두고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유럽발 재정위기는 되돌릴 수 없는 복지의 이면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대선후보 박근혜’의 공약가계부가 아니라 ‘국가행정수반 박근혜’의 재정 가계부를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권의 핵심인사도 “대통령이 깨끗하게 현실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애기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면서 “그리고 국민들의 양해 속에 진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진언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 교수는 “현정권의 대선공약은 처음부터 실현이 어려운 것이었다”며 “국가 부채로 빚을 내는 것은 후손에 부담이 되는만큼 증세를 하거나 아니면 복지지출을 줄이거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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