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모진 고문을 못이겨 간첩 혐의를 허위로 자백했다가 7년간 옥고를 치렀던 재일동포 윤정헌(55) 씨와 그의 가족들이 국가로부터 12억원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부장 박평균)는 윤 씨와 그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윤 씨 등에게 12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일교포 2세인 윤 씨는 국내의 한 사립대학에 재학 중이던 1984년 서울의 자택 앞에서 보안사 수사관들에게 강제 연행돼 43일간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갖은 고문을 당했다. 보안사가 불특정 다수의 재일동포 유학생들에게 마구잡이로 간첩 혐의를 뒤집어 씌우던 시절이었다.
그는 결국 대남공작원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한 후 보고하는 등 간첩행위를 했다고 거짓 자백했고, 이러한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다. 윤 씨의 처와 형제들은 간첩의 가족이라는 세간의 차가운 시선에 힘겨운 세월을 보내야 했다.
2009년에야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 규명으로 당시의 사건이 조작이었음을 확인받은 윤 씨는,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음으로써 누명을 완전히 벗을 수 있었다. 올해 6월에는 이번 소송과는 별도로 2억4000여만원의 형사보상금도 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체포ㆍ구속되지 않을 권리, 고문을 받지 않고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 등 기본적 인권을 조직적으로 침해한 특수한 불법행위로,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