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제작진 연결고리 역할 탈피 현장 뛰어들어 대중 눈높이 맞춰
예능 프로그램에서 PD가 조금씩 얼굴을 보인 지는 몇 년 됐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체제로 접어들면서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1박2일’의 이명한 나영석〈사진 왼쪽〉PD 등이 가끔 화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PD는 멤버들과 제작진 사이의 중간 다리 내지는 연결고리 역할이었다. 규칙을 설명하거나 미션을 부여하는 정도였다.
tvN ‘꽃보다 할배’ 연출을 맡고 있는 나영석 PD는 예능 PD의 위치를 바꿔놓고 있다. PD도 현장에 들어와 멤버들과 함께 움직인다. 이게 현장 연출이다. 그렇게 해서 나 PD는 제작진도 그런 역할을 맡게 한다.
PD라는 자리에서는 모든 게 다 보일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선생님 세계와 학생 세계가 전혀 다른 것과 비슷하다. PD의 위치는 멤버 입장도 아니었고, 게스트 입장도 아니었다.
과거 예능 PD의 연출이라 함은 지시에 가까웠다. 멤버들은 그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지금도 버라이어티 예능의 출연자들을 ‘연기자’라고 부르는 것은 그런 제작 행태 때문이다.
나영석 PD는 아예 현장에 뛰어들어 재미있는 포인트를 찾아 찔러본다. 이 점은 이우정 작가도 마찬가지다. 나영석 PD가 이서진에게 쓸데없어 보이는 질문을 자꾸 던지고 깐죽거리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는 평범하고 지루해질 수 있는 상황조차도 재미있게 ‘개그’로 만들어질 수 있게 하는 힘이다.( ‘현장토크쇼 택시’에서 나 PD가 이서진에게 “여자 보는 눈은 진짜 없다”고 하고, 이서진은 나 PD에게 “연예인병 있다고 나한테 얘기했잖아. 사인이 화려하던데?”라고 말하는 건 그런 관계의 연장선이다.)
이우정 작가는 써니와 함께 걸을 때는 보조개가 만발하는 이서진에게 “전에는 그렇게 안 걸어갔잖아요”라고 질문해 이서진의 해명(?)을 끄집어낸다. 그런 것들이 방송분량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꽃보다 할배’는 기획단계에서 ‘빅히트’를 예상하지 못했다. 여행이라는 콘셉트가 새롭지 않았고, 드라마에서 많이 보아온 할아버지 연기자들이 ‘핫’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숙하고 일반적이며 보편적인 소재와 출연자들로 참신한 결과물을 낸 데에는 나영석 PD와 이우정 작가가 현장에 뛰어들어 멤버와 함께 같이 다닌 덕이 크다. 그 눈높이는 대중의 그것과 함께한다. 대중적인 소통에 한발 더 나아간 연출방식이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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