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영화제 있는데 국제개그제 왜없나 ‘부산코미디페스티벌’서 가능성 큰 수확

원주민과도 통한 몸개그는 만국공용어 코스프레·마임쇼 등 무대서 ‘빵빵’ 터져

실험·도전정신으로 콘텐츠 적극 발굴 다양성 갖춘 ‘코미디축제’ 확대 힘써야

지난해 초 개그맨 김준호를 만났을 때 그는 이미 코미디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 같은 국제 코미디 행사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김준호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있는데, 국제개그제는 왜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K-팝도 있는데 K-코미디도 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면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도 코미디와 개그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항구도시에서 코미디 축제를 열고 싶었다”고 밝혔다.

기자는 코미디는 영화와 달라 언어소통 등의 문제 때문에 쉽지는 않겠다는 말을 한 것 같다. 하지만 김준호는 이미 일본 등지를 방문하며 일본 코미디언과의 교류를 통해 언어가 달라도 코미디로 웃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8월 9일 해운대 백사장의 특설무대에서 ‘한ㆍ일 코미디 페스티벌’이 열렸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ㆍ이하 부산코페)의 전초전 성격을 가진 이벤트였다.

한국에서는 개그콘서트의 ‘꺾기도’ ‘네가지’ ‘아빠와 아들’팀과 넌버벌 마임팀 ‘옹알스’가 참여하고 일본에서는 인기 개그맨 진나이 토모노리를 필두로 쿠마다 마사시, 마스야 키톤, 레이자라몽RG 등이 무대에 올랐다. 일본 코미디언들이 언어가 안 통해 웃음 전달이 약할 줄 알았는데, 그건 기우였다. 일본 코미디팀의 무대는 기대 이상의 환호를 받아 국제 코미디 축제의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자신감을 얻은 김준호는 최대웅 예능 작가와 조광식 부집행위원장과 함께 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준비해 나갔다. 개그계의 선배 전유성을 명예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인 요시모토흥업의 한국법인 요시모토 엔터테인먼트 최신화 대표를 통해 일본 개그맨과 교류를 넓혀나갔다. 김준호는 방송 출연을 줄여가며 올 초 세계 유일의 코미디 영화제인 오키나와 국제영화제와 멜버른 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관람했다. 아시아 첫 코미디페스티벌이 될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참석할 코미디언을 초청했다. 호주 넘버벌 마임 공연의 유명인사 댄디맨은 그렇게 섭외가 이뤄졌다.

지난 8월 29일부터 나흘간 펼쳐진 ‘제1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처음 열린 국제 행사여서 홍보 마케팅, 관객 문제 등에서 미숙한 점도 있었지만 코미디와 개그의 영역을 넓혀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부산코페는 ‘개그콘서트’의 황해팀과 ‘웃찾사’팀 ‘드립걸즈 레드’ ‘무한걸스‘팀의 무대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토크 의존도가 높은 국내팀 못지않게, 거리 공연에서 잔뼈가 굵어진 ‘옹알스’와 해외팀 등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퍼포먼스 팀들이 큰 환호를 받았다. 이들은 한국말을 하지 않고도 동작과 표정 등으로 만든 스토리의 힘으로 빵빵 터뜨렸다. 저글링, 비트박스, 판토마임, 그림자 연극, 서커스, 마술, 코스프레, 가족 코미디를 펼쳤는데 현장성이 강해 관객과의 소통이 쉽게 이뤄졌다. 특히 예측불허 풍선묘기로 관객을 푹 빠지게 만든 일본의 모리야스와 무대 경계를 파괴하는 호주 댄디맨의 마임쇼는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몸 개그와 슬랩스틱은 만국공용어였다. 김병만이 ‘정글의 법칙‘에서 만난 원주민들을 슬랩스틱 코미디로 웃기는데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언어로는 한 마디도 할 수 없었지만 몸 개그만 하면 웃더라는 것과 같다.

우리는 ‘개그콘서트’ 등 공개 코미디라는 방송 코미디에 익숙해져 있어 다른 스타일의 코미디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코미디 방송은 주로 공개 코미디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현장성, 즉흥성, 기발성, 제도권을 벗어난 감각을 특성으로 하는 재기발랄한 코미디를 담기 어려웠다. 부산코페는 이처럼 실험성과 도전정신을 갖추고 현장성이 강한 팀들을 발굴하고 외국 코미디와도 교류해 한류 코미디를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 더욱 다양한 코미디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게 부산코페의 과제다.

4인조 개그그룹 ‘옹알스’는 대회 직전까지도 비행기 티켓을 살 돈을 마련하지 못했지만 가까스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두 차례 참여해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이다. 하지만 방송에 나오지 못해 지명도가 약할 뿐이다. 부산코페는 레드카펫 행사부터 재미를 선사했다. 멋있고 화려한 영화제 레드카펫과 달리 재미있고 시종 웃음이 터졌다. 오정태가 정명옥을 너무 높이 들어올려 넘어지는 장면 등 볼 게 많았다. 최대웅 작가의 말처럼 미스터 빈이 나온 런던올림픽 개막식 퍼포먼스는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웃음이었다.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어 웃음을 주는, 인간 본연의 웃음의 교집합은 분명 있다. 부산코페가 의미를 가지는 이유다.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