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경찰이 연고가 없던 한 청년의 DNA(유전자) 정보 등록을 독려해 18년 전 헤어졌던 두 모자(母子)를 극적으로 만나게 했다.

1995년 대구에 살던 강모(57) 씨는 남편과 사별하고 건강까지 안 좋아지면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어머니는 당시 5살이던 아들 김모(23) 씨를 친척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아들은 외가댁과 작은아버지댁에서 생활했으나 이들마저 형편이 여의치 않아 여러 고아원을 전전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10년 후 그가 중학교 졸업 이후 서울로 거처를 옮기면서 가족과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아들을 잃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어머니 강 씨는 건강을 회복해 6년 전 경기 인천으로 올라와 생활을 꾸렸다. 강 씨는 지난해 서울로 거처를 옮긴 후 “DNA로 헤어진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자 종암경찰서를 방문해 자신의 DNA를 등록했다. 문제는 아들 김 씨의 DNA가 등록돼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DNA를 등록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행운은 우연하게 찾아왔다. 지난 9월 추석 즈음 서울 영등포경찰서 아동여성계장 송완춘 경위 등은 무연고자들의 DNA 등록 활동을 했는데, 이들은 형식적인 활동에 그치지 않고 과거의 무연고자까지 추적해 DNA 등록을 독려하는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그렇게 찾은 사람 중에 김 씨가 있었다.

송완춘 경위는 “우리도 실제 만남을 성사시켜야 보람이 있기 때문에 과거 시설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DNA 등록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어머니와 아들의 DNA 등록이 모두 이뤄지면서 둘은 서로의 행방을 알 수 있었다. 아들 김 씨는 서운함이 컸던 탓에 어머니와의 만남을 거부하기도 했으나, 경찰의 설득 끝에 지난 24일 어머니와 18년만에 만났다.

한편 초록우산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실종자 DNA 구축이 처음 시작된 2004년 4월부터 올해 9월까지 이처럼 국내에서 DNA를 통해 헤어졌던 가족이 상봉한 것은 모두 235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