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자영 기자]세계에서 유일하게 이중통화제도를 운영하는 쿠바는 호텔, 택시, 휴대폰, 클럽, 컴퓨터, DVD 같은 ‘자본주의 상품’을 태환페소(CUC)로 결제해야 한다. 한달 평균 임금 20달러를 버는 국민들의 월급과 배급은 불태환페소(CUP)로 지급되고 생필품 구매에 사용된다. 일반국민들은 태환페소를 만져보기도 어려운 상황 속에, 국영기업 핵심 간부 등 화폐를 소유한 부유층만 고급상품과 서비스를 접하면서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이 커져갔다. 쿠바 국민들은 태환페소를 벌기위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택시나 숙박, 매춘 등 불법영업을 하러 나섰다.
최근 쿠바가 이같은 이중통화제도를 19년 만에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다가올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코트라 쿠바 아바나 무역관은 “각기 다른 통화를 가진 쿠바인들은 서로 손해를 보지 않을까 술렁이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달러와 1:1 환율로 바꿀 수 있는 태환페소는 쿠바 정부가 달러를 벌어들이면서도 공산주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경제 입안자나 회계사들은 혼란스러워했고 세금 포탈이나 암시장 활성화, 빈부격차 같은 부작용이 뒤따라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획기적인 개혁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단일통화를 통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합리적인 상품가격을 제시해 수출단가를 높이는 등 교역환경을 개선, 국내 소비자와 외국인에게 모두 유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향후 쿠바가 더 시장친화적이고 개방적인 정책을 펼치리란 견해도 나온다.
쿠바정부는 아직 단일통화체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태환페소의 가치가 떨어지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불법소득으로 태환페소를 보유해 온 일반인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서정혁 코트라 아바나 무역관장은 27일(현지시간) “이중통화 폐지 발표 이후에 수도 아바나에서는 불태환페소를 사서 적금을 드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불태환페소로 월급을 받는 일반인들은 소득이 올라가고 구매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희망이 퍼지고 있다.
단, 단일통화 도입은 관련법규와 전산시스템 정비는 물론 화폐 과다발행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도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