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코미디영화 ‘ 밤의 여왕’ 열연 김민정

여덟 살 소녀였던 그녀가 어느덧 서른한 살의 여인이 됐다. 아역으로 시작해 데뷔 23년차의 배우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민정에겐 그 어느 팬에게도 익숙한 어린 소녀의 얼굴 자취가 그대로였지만, 말과 속내에선 30대 여배우의 강단진 ‘내공’이 느껴졌다. 그녀에게 영화 ‘밤의 여왕’은 심기일전의 작품이다. 자신의 가능성을 한 폭 더 시험하고 타진하는 “여배우로서 제2막을 시작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이 영화가 기획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 먼저 알았어요. 딱 두 줄짜리 줄거리가 공개된 기사였는데 ‘확’ 끌렸죠. 결혼한 여인의 ‘흑역사(어두운 과거의 개인사)’라는 반전 매력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매니저에게 시나리오를 구해보라고 했죠. 영화사와 만난 길에 출연 결정을 했어요.”

한국 영화계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은 나이에 비해 긴 20여년의 연기 경력을 가진 김민정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한국 영화계는 ‘남성 천하’다. 여배우가 주도적으로 극을 이끌고 가는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밤의 여왕’이라는 제목답게 타이틀롤을 맡은 여배우가 주도하는 로맨틱코미디영화라는 것도 김민정에겐 ‘연기인생 제2막’이라고 선언할 만큼 의미심장한 사실이었다.

“제 나이대에 맞는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죠. 내 안에 있는 모습은 다채로운데, 이제까지는 평면적으로만 드러났던 것 같아요. 내 안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는 목마름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작품 속 인물은 저하고도 비슷한 데가 많아요. 제가 원래 연애할 때도 ‘알콩달콩한 느낌’을 좋아하거든요.”

‘밤의 여왕’은 외모는 절세미녀, 성격은 천사표인 아내가 ‘혹시 결혼 전 뭇 남자를 쥐락펴락하던 ‘밤의 여왕’이 아니었을까’ 의심에 빠진 남편(천정명 분)의 시선으로 비밀을 풀어가는 경쾌한 로맨스영화다. 김민정은 조신하고 애교 넘치는 ‘새댁’부터 관능적인 춤으로 클럽을 지배하는 여인까지 두 얼굴의 주인공을 연기한다.

“어렸을 때부터 알려진 사람으로 살아왔다는 것은 배우로선 남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었지만 개인으로선 아쉬움이기도 하죠. 나이마다 겪을 수 있는 경험을 못해봤잖아요. 연기를 둘러싼 환경이나 조건에 힘들어한 적도 있지만 그래도 연기 자체에 회의를 느낀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어요. 20년 넘게 연기해왔지만 여전히 젊고, 여전히 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