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들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화려하고 풍요로울 것만 같은 문화예술 현장의 이면엔 ‘먹고 사는 것’이 당면과제인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고된 삶이 이 곳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문화ㆍ예술의 10개 분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 문화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월수입 100만원 이하인 응답자가 전체 조사대상자의 66.5%에 달했고, 월수입이 50만원 미만인 응답자도 25%나 됐다. 100만원 이하 문화예술인 비율은 문학(91.5%), 미술(79%), 사진(79%), 연극(74%), 영화(71%), 국악(67%), 무용(64%), 음악(60%), 대중예술(43.5%), 건축(34%) 순이다. 수입이 없다는 응답도 26.2%였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만나는 대중문화예술인의 현실은 철저한 ‘빈익빈 부익부’다. 회당 1억원의 출연료를 받아드는 톱스타를 포함해 상위 5~10% 정도만 정상적인 삶이 가능할 뿐, 대부분의 보조출연자들은 끼니 걱정을 해야하는 처지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4~6월 보조출연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소득 조사에선 응답자의 약 70%가 600만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방송연기자노조(한연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탤런트, 개그맨, 성우, 연극인, 무술연기자 등 총 5000여명이 소속된 한연노에서 70% 이상의 조합원은 연봉 1000만원 미만의 생계형 배우들이다. 이들 연기자들은 방송사에서 매기는 등급제(최저 6등급~최고 18등급)에 따라 출연료를 받는데, 10분을 기준으로 3만4550원에서 14만6770원까지 단계별로 출연료가 올라간다. 최저 등급의 성인 연기자로 치면 한 달 중 20일을 드라마에 출연해도 1년 기준으로 약 830만원(식비ㆍ차비 포함) 밖에 벌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보다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한연노 소속의 배우들은 일년 동안 방송3사를 통해 500~600명 정도 출연을 하는데, 나머지 2000~3000명 정도는 실업상태다. “방송연기자 두 사람 중 한 명은 출연 소득이 전혀 없고, 연소득이 10만원 수준인 조합원도 있다”는 것이 문제갑 한연노 정책위원회 의장의 설명이다.
벌이도 신통치 않은데, 임금체불 사례도 심심치 않게 쏟아지니 문화예술인들은 그야말로 생존위협의 위기에 처해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대안이 없다.
2011년 6월, 생활고에 시달리다 월세방 한켠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최고은(32) 작가의 죽음을 계기로 제정된 예술인복지법은
연기자 등 예술인에게 산재보험과 같은 기본적인 보장을 위해 발효됐지만, 의무화 조항이 없다. “예술가를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목소리는 높지만, 대부분의 일반인에게 문화예술인의 생존과 복지에 대한 해법은 ‘남의 일’이라는 인식의 한계도 만만치 않다.
문제갑 의장은 “예술인복지법은 이제 첫 걸음을 뗀 상태다. 예술가를 국민연금, 실업수당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으로 흡수하려는 시도는 좋지만, 정착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예술가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과정엔 막대한 예산과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하기 때문이다”며 “지금도 방송사에서는 연기자를 노동자로 대우하기엔 재정적 부담이 너무 커 대부분의 배우들을 소모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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