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전문 배우’. 이준기 앞에 붙는 수식어 중 하나다. 우스갯소리로, 스태프들마저 그와 촬영장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라지 않을 정도다. ‘투윅스’는 의미 없는 삶을 살다 살인 누명을 쓴 남자가 자신에게 백혈병 걸린 어린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2주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준기는 극중 3류 건달인 장태산으로 분해 딸을 위한 진한 부성애를 선보였다. 그를 비롯한 ‘투윅스’ 팀은 서울, 인천, 파주, 문산, 문경, 충북 단양, 보은, 부산 등 전국을 돌며 촬영을 강행했다.

특히 이준기는 도망자의 긴박함을 표현하기 위해 세트 촬영 위주에서 벗어나 2만 3900km라는 남다른 이동거리를 과시했다. 액션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진 그를 하늘도 기특하게 여겼는지, 촬영은 큰 부상 없이 무사히 끝났다.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준기는 전작 ‘아랑사또전’ 당시보다 밝은 모습이었다.

“고생은 필요한 부분이었어요. 많은 분들께서 사랑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작품의 힘이 있으면 이렇게 좋은 것 같아요. 워낙 액션을 좋아하는데다 탈주 과정에서의 절박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신들이었어요. 급류 신에서 크게 사고가 날 뻔 한 적이 있는데 신이 도운 것 같아요. 두려움 보다는 앵글에 대한 욕심과 아쉬움이 더 커요. 상처는 훈장이죠.”

본인은 몸으로 연기를 하면 되지만, 그의 모습을 화면에 담기 위해서 수많은 스태프들이 자신의 장비를 들고 그를 쫓아가느라 정신이 없다.

“스태프 분들이 싫어할거에요. 주연 배우 명단에 이준기가 있으면 안 한다고 농담도 하실 정도에요. ‘고생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과 ‘사고가 나지 않는 배우’라는 이상한 공식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시원한 세트에서 알콩달콩 사랑하는 신도 찍고 싶죠. 다음 작품은 로코나 로맨스를 해야 되나 봐요.”(웃음)

작품적으로도 묵직하고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선호하는 ‘남자 배우의 욕심’으로 보인다. 그는 순순히 이를 인정하며 다음 말을 이어갔다.

“팬 분들이 ‘내 배우 보기 안쓰럽다’고 하셔요. 로맨스 장르를 많이 추천해주시거든요. 이제는 욕심을 내볼까 해요. 이준기가 어떤 로맨스를 보여줄지 그려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지난 ‘아랑사또전’ 당시 이준기는 캐릭터에 오랫동안 빠져나오지 못하는 편이 아니라고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현재 이준기는 장태산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않은 듯 싶다.

“감정의 에러가 생긴 것 같아요. 기복이 심한데다가 되게 이상해졌어요. 복구 작업이 필요해요. 현장으로 빨리 돌아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네요. 작품이 막 끝났을 때는 여행 계획도 세워보고 싱글벙글 했는데, 지금은 모든 게 정지됐어요. 혼자 있는 걸 잘 못 견디는 편인데 지금은 더 심해졌어요.”

이준기는 고장난 감정에 대한 치료법으로 ‘사람’을 선택했다. 사람들과 더욱 잦은 만남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과 함께 치유해 나가고 있었다.

그가 ‘투윅스’에서 보여준 것 중 단연 으뜸인 것은 딸에 대한 ‘부성애’였다. 아직 30대 초반인 그에게 처음 경험한 부성애는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저에게 부성애 연기는 큰 산이었고 어려운 부분이고 자문을 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어요. 처음에는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 기대에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컸죠. 방송이 끝나고 시청자들이 적어주신 글 중에 ‘수진(이채미 분)이를 바라보는 시선처리만 봐도 그 느낌이 전달됐다’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정말 짜릿했죠. 수진이가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해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고 감정이 녹아들 수 있었어요.”

어느덧 이준기에는 이채미라는 사랑스러운 딸이 생겼다. 작품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그의 모습은 팬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팬들이 있으니까 저도 있는 거죠. 힘이 들더라도 팬들이 바라봐주는데 지쳐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죠. 의지되는 부분도 많고 상당히 소중한 관계에요. 특히 제 몸과 마음을 깨끗하고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도록 신경 쓰게 만들어줘요. 제가 팬 콘서트를 하는 이유도 팬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힐링을 받기 때문이죠. 나만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무대에 오르면 뭔가 확 다가오는 게 있어요. 그 기분은 말로 할 수 없죠.”

이준기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팬들을 위한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그는 잠깐의 휴식을 가진 후 연말에 있을 팬 콘서트를 위해 다시 한 번 구슬땀을 흘릴 예정이다. 그가 다음 작품은 팬들이 추천한 로맨스 장르를 선택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