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JS전선이 생산한 원자력발전소용 제어케이블이 테스트 결과 불량으로 판명나 원전 2기의 완공시점이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전력 수급이 위태로워진 것은 물론 신고리 3ㆍ4호기 건설을 명분삼았던 밀양송전탑 건설도 반대론자들의 반발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사실 원전 2기 공사 연기의 원죄는 올해초 전국을 떠들썩 하게 만든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비리’에 있다. 한수원과 납품사들의 인증 조작 공모가 시작이었다. JS전선은 원자력발전소의 제어케이블을 함량 미달 품질로 만들었고 이를 숨기기 위해 품질인증서까지 조작했다.
그러나 원전 비리의 유탄이 한전으로 튀면서 조환익 사장은 전력난 극복과 밀양 송전탑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신고리3호기의 공사 완공률은 17일 현재 99.88%다. 사실상 완공에 가까운 상태지만 불량으로 판정된 제어케이블이 깔려있는 상황이어서 이를 철거하고 새 제품을 선정해 다시 검사하고 인증 받아 재설치하는 동안은 그냥 고철 덩어리다. 이때문에 다가오는 겨울부터 극심한 전력란이 우려되고 있다. 조 사장이 가장 믿을만한 보루라 여겼던 신고리 3ㆍ4호기는 문제의 제어케이블 때문에 가동이 불가능해 졌다. 조 사장은 또 다시 발이 닳도록 전국을 뛰어다니며 절전을 호소하고 다녀야 할 운명이다.
꼬일대로 꼬인 밀양 송전탑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신고리3ㆍ4호기가 생산하는 전력을 실어나르는 게 밀양 송전탑의 주요 역할이었다. 조 사장은 밀양 송전탑 갈등을 풀기 위해 지금껏 부임 이후 10개월 동안 총 24번이나 현장에 내려가 주민들을 설득해왔다. 하지만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는 이번 불량 제어케이블 문제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발전소가 가동을 못하게된 만큼 송전탑을 당장 만들어야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 조 사장이 현장에서 직접 부딫히며 조금씩 돌려놓은 주민들의 마음이 한순간 무너질 수 있는 위태로워졌다.
일단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측은 “반대 대책위의 주장은 자동차가 고장났으니 도로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같다”며 “발전소 완공 전에 송전탑을 먼저 완공하는게 오히려 정상”이라고 일축했다. 외부세력에 주민들이 흔들리지 않게 조 사장이 더욱 밀양 현장에서 분발해야 한다.
40여년 전 미국의 닉슨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베트남전 참전에서 적략적으로 발을 뺐다. 오바마 행정부도 부시행정부의 슬로건인 ‘테러와의 전쟁’ 이미지 부담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서서히 지웠다. 리더의 능력은 전임자로부터 물려받은 원죄를 얼마나 소리소문 없이 해결해 내는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