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두번째 작품 ‘화이’ 장준환 감독
다섯명 범죄자속에서 자란 화이 그들이 아빠가 된 처참한 현실 인간의 속마음 샅샅이 파헤쳐
기다려준 아내 문소리에 감사
데뷔작은 평단으로부터 만장일치의 격찬을 받았으나 객석의 차디찬 외면을 받아 흥행에 실패하며 ‘저주받은 걸작’이 됐다. ‘천재 감독의 출현’이라며 반기는 영화계의 주목 속에 차기작 작업에 들어갔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결국 10년 만에야 두 번째 작품을 세상에 내놨다. 지난 2003년 ‘지구를 지켜라’ 이후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로 돌아온 장준환(43) 감독의 얘기다.
“2년여 전 처음 시나리오를 받아봤을 때, 장르적으로나 상업적으로 매우 세련된 이야기가 제 마음을 끌었습니다. 한 달 정도 고민했죠. 제가 어떤 것을 채워넣을 수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가슴 밑바닥에 괴물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깨우침을 얻었죠. ‘우리 안의 괴물’은 사람에 따라 평생 잠자고 있기도 하고, 고개를 들어 날뛰기도 합니다. 그만큼 인간은 나약한 존재가 아닐까요. 그것을 응시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주인공인 소년(고교생) ‘화이’(여진구 분)는 냉혹하고 권위적인 우두머리 ‘석태’(김윤석 분)를 비롯한 5명의 범죄자를 아빠라고 부르며 그들의 손에 의해 키워졌다. 5명의 아비는 각자의 특기대로 소년에게 완벽한 살상기술을 가르쳐주고, 자비 없는 ‘악마의 혼’을 전하려 한다. 그리고 어느 날, 아비들은 아들을 범행 현장으로 데리고 가 총을 쥐여 준다. “아버지들이 다 괴물인데, 너도 괴물이 돼야 한다”는 석태. ‘화이’는 과연 그의 말대로 아비들 같은 괴물이 될 수 있을까? 석태와 아비들은 어떻게 괴물이 됐을까, 화이는 왜 그들을 아빠라고 부르게 됐을까, 그가 총을 겨눈 피해자는 과연 누구일까, 영화는 숱한 의문을 125분간 풀어간다. 고전적인 복수극, 그리스 비극 같은 신화적 원형, 액션과 수수께끼를 펼치는 현대적 스릴러가 한 몸으로 엉켜 달려가다가 마지막에 내놓는 것은 어둡고 서늘한 진실, 인간 본성에 대한 회의와 질문이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0.01 장준환 감독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0.01 장준환 감독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0.01 ‘지구를 지켜라’로 영화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데뷔했던 장준환 감독이 10년 만에 두 번째 작품 ‘화이’를 내놓았다. 그동안의 숙성된 사유를 고스란히 영화에 담은 장 감독은 “묵묵히 기다려준 아내 문소리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전쟁일 수도 있고, 테러일 수도 있고, 무차별 연쇄살인일 수도 있죠. 누구나 언제든 괴물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공포감이 만연해 있는 세계입니다. 그리고 가장 두렵고 무서운 것은 그 ‘괴물’을 각자의 마음속에서 발견하게 된다는 거죠.”
장 감독의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가 번득이는 재기가 빛나는 작품이었다면 ‘화이’는 어두운 심연을 통과한 묵직하고 숙성된 사유가 담긴 작품이다. 그 사이가 ‘십 년’이었다.
“버티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죠. 첫 영화 이후 더 진취적이고 진보된 세계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컸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갈등하고 세상과 부딪쳤고, 작품은 번번이 무산됐죠. 그 사이 결혼하고 애 낳고 하면서 십 년이 훌쩍 갔어요. 바닥이라고 느껴지는 순간들을 겪어내면서 저도 성숙했죠.”
장 감독은 잘 알려진 대로 배우 문소리의 남편이다.
“허투루라도 ‘아무 시나리오나 해봐라. 뭐라도 좀 해봐라’고 할법한데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저만큼이나 얼마나 초조했겠어요. 그렇지만 기다려줬습니다. ‘화이’ 때문에 잠을 못 이루니까, 딱 한 번 그러더군요. ‘당신이 이창동이야? 그냥 장르영화로도 재미있을 거야’라고요. 그래서 제가 ‘왜 이창동 감독만 고민해야 하느냐, 나도 이번 작품에 다 담을 것’이라고 답한 적은 있습니다.”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