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지금 이대로 살면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240만원을 받는데 뉴타운 재개발을 하면 지금 집 평가액이 7억이 나옵디다. 그걸로 43평 아파트 한 채를 받으면 그 다음엔 뭘 먹고 사나요?”
다가구주택 건물을 소유한 박명호(가명ㆍ62)씨는 30년 이상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거주한 마을 토박이다. 한평생을 바쳐 일군 터전을 바탕으로 매달 들어오는 월세가 주 수입원이다. 세입자 총 6가구로부터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4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주변에서 월세를 좀 올려도 된다는 권유도 받지만 “어차피 다 어려운 사람들”이라며 수년째 월세 인상을 동결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서울시의 뉴타운 실태조사 결과를 통보받은 뒤부터 충격에 빠져 있다. 통보문에는 건물 평가액이 7억원에 좀 못 미치게 나와 전용 112㎡(구 43평형) 규모 아파트 한 채와 1억589만원을 받으면 자기 자산이 모두 청산되는 것으로 나왔다. 박씨는 “나로서는 도저히 뉴타운을 할 이유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역시 이 동네 토박이인 김경수(가명ㆍ78)씨는 35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은퇴해 자신 소유 다가구주택에서 나오는 300여만원의 월세로 노후를 보내고 있다. 김씨는 “뉴타운이 되면 나는 제2의 고향인 이 동네에서 떠나야 한다. 생활비 들어올 데도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서울 뉴타운 중 가장 면적(185만㎡)이 큰 장위뉴타운에서 여전히 뉴타운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뉴타운 광풍이 일시에 불었다가 사그라든지 오래지만 이곳에서는 아직 뉴타운 논란이 일단락되지 못했다. 뉴타운 추진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찬성파는 ‘뉴타운 재개’, 반대파는 ‘뉴타운 해제’를 외치며 마지막 일전을 벌이고 있다.
시한은 뉴타운 해제 신청 마감기한인 오는 1월 말까지다. 이때까지 반대파는 조합원 50%의 해제 신청서를 모아 서울시에 제출해야 한다.
개발 찬성파인 김현수(52)씨는 “뉴타운이 해제되면 그동안 들어간 수십억원의 매몰비용 문제가 남아 있어 오히려 개발하는 것보다 손해를 볼 수 있다”며 “개발되기 전에는 원래 찬반을 놓고 시끄럽기 마련”이라고 했다. 그는 “개발이 지연되면 갈수록 손해가 늘어난다. 어서 개발이 진행되어야 조금이라도 손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일 장위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성북구청 주관 11구역 실태조사 설명회에서는 이처럼 첨예한 대립구조가 극명하게 대비됐다. 설명을 하던 공무원이 “이 구역은 다른 구역에 비해 평가액이 높게 나왔다”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거짓말, 말도 안된다”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그러자 또 한 편에서 “조용히 하라. 설명 좀 듣자”는 고성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실태조사관은 “실태조사한 이유가 주민들에게 개발을 멈출 기회를 한 번 더 드리기 위한 것”이라며 “실태조사를 접한 주민들이 시한 내에 50% 이상 해제를 신청하면 개발은 중단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