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요즘처럼 증권사들이 힘든 때가 없습니다. 말 그대로 증시에 돈이 안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급감한 일평균 거래대금이 살아나지 않고 주 수입원인 수수료가 줄다보니 수익원이 바닥날 지경입니다. 지난 2분기(7∼9월)에 전체 62개 증권사 중 40%가 넘는 26곳이 적자를 낼 정도니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돌파구는 찾아야겠지요
그래서 요즘 증권사들이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벌이는 곳이 바로 ‘연금’입니다. 은행과 보험쪽에 열세를 보인 연금 쪽에서 저금리시대를 기회로 만회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우선 금융투자업계 전체적으로는 현재 70조원이 넘는 퇴직연금에 적극적입니다. 2005년부터 시행된 퇴직연금은 기업이 금융회사에 투자 운용을 맡기고 근로자가 퇴직 후 연금방식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현재 대기업 중심으로 시행되지만 지난해 퇴직금 중간정산제도가 금지되면서 시행기업이 늘고있습니다. 2015년엔 적립금이 100조원, 2020년엔 200조원까지 도달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 시장은 적립금 기준으로 은행과 보험이 전체의 83%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증권사는 17%에 불과합니다. 증권사들이 확장할 시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들어 1년 은행 정기예금 이자가 3%도 안되면서 연금운용 수익률에 부담이 큽니다. 워낙 금리가 낮다보니 주식이나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눈을 돌릴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퇴직연금 총적립금 72조원 중 실적배당형상품은 6.1%, 특히 주식형펀드와 직접투자는 0.2%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기업들은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낮으면 차액을 회사돈으로 물어내야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운용수익률 증대를 위한 묘안을 짜내야 합니다. 예전에 금리가 5%를 넘어설 때는 그냥 원금보장형 상품에 넣어둬도 무방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것입니다.
마침 금융위원회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시 주식투자에 제한을 두는 규정을 완화하는 등 자본시장으로 퇴직연금이 들어올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증권사들도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 한 관계자는 “2015년 예상되는 100조원의 적립금 중 30%만 잡아도 30조원이 자본시장에 유입되는 것”이라며 “이는 개별 증권사는 물론 침체에 빠진 자본시장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퇴직연금과 함께 연금저축펀드도 이슈입니다. 연말정산을 앞두고 주목받는 소득공제상품의 하나로 ‘대목’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는 증권사들이 마케팅하기도 좋아졌습니다. 지난 4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연금저축펀드의 분기별 납입 한도가 없어져 연말까지 400만원만 넣으면 세금 환급이 가능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1200만~46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직장인이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하면 최대 66만원(소득세 15%+지방세 1.5%)을 환급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올해 새롭게 바뀐 연금저축펀드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연금저축펀드 계좌만 만들면 그 증권사가 파는 다양한 연금저축펀드로 시황에 맞춰 수시로 갈아탈수 있습니다. 연간 총 가입금액도 12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늘었습니다. 만 18세 이상이던 가입 연령 제한도 없어졌고 납입기간도 10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줄었습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연금저축펀드 가입을 통해 다양한 거래고객 유치는 물론 매월, 매년 연금에 돈을 넣는 장기적인 투자자까지 확보하게 됩니다. 여기에 자사 의 연금펀드상품 판매까지 느는 ‘1석 3조’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이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연금저축펀드 판매에 열심입니다. 대표회사가 직접 거리에 나서 가입캠페인을 펼치기도 합니다. 아울러 증권사마다 가입 고객들에게 모바일 상품권이나 백화점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 유치전이 치열합니다. 연금저축펀드 상품을 만드는 운용사들도 자사 상품이 나올때마다 적극 홍보하며 판매사에게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도 증권사쪽으로 연금저축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측면지원에 나섰습니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설정액 50억원 이상의 연금저축펀드를 적립식으로 가입할 때 10년 누적수익률이 135.2%로 나왔다는 통계를 발표해 증권사들의 연금저축펀드 마케팅을 도왔습니다. 다소 보수적인 운용을 하는 은행(연금저축신탁)과 보험상품(연금저축보험)보다 증권사 상품이 수익률측면에서 더 좋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차원입니다. 벌써부터 한파가 찾아온 증권가에서 연금이 증권사를 살릴 지, 증권사가 연금을 살릴 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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