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스마트 기기를 애용하는 평범한 직장인 김모(38) 씨는 두 달여 전 통화기능이 있는 LTE 태블릿PC를 구매, 개통해 쓰고 있다. 그런데 직후부터 모르는 이들로부터 전화와 메시지를 종종 받고 있다. 태블릿PC에 배정된 전화번호가 얼마 전까지 타인이 쓰던 ‘중고 번호’였던 것이다.
다소 불편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거나 답장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상황을 넘겨왔던 그에게 최근 급기야 묵과할 수 없는 장문의 협박성 메시지까지 날아왔다.
“전화를 안 받으니 문자로 말하겠다. 왜 나의 언니를 무참히 망가뜨리느냐. 이제 언니의 남자친구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인생 살지 마라. 눈에 띄면… (후략)”
낯뜨거운 욕설과 협박으로 가득한 메시지를 접한 김 씨는 “새로 개통한 사람이다. (전화번호) 이전 주인이 아니다”는 답장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로는 같은 발신번호로는 그런 메시지가 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이런 악성 메시지가 다시 올지 몰라 맘을 놓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아직 신혼인데 부인이 이 메시지를 우연히 보고 나의 외도를 의심한다”면서 “전화번호의 이전 주인과 관련된 전화와 메시지가 오지 않게 하는 방법이 없느냐”고 하소연했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해도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지경이다.
또 다른 직장인 한모(39ㆍ여) 씨는 잘 못 온 전화와 메시지가 워낙 잦아 업무에 큰 지장을 받고 있는 경우다. 한 씨는 전화번호를 바꾼 뒤로 포항 지역번호 ‘054’로 시작하는 유선전화를 하루에도 몇통씩 받고 있다. 이 지역 부동산 투자정보를 빙자한 스팸메일도 계속 들어온다.
한 씨는 자신이 쓰고 있는 새 전화번호가 과거 포항에 거주하는 부동산업자의 것이리란 추측만 하고 있을 뿐, 한 발신지가 아닌 여러 번호로 무더기로 걸려오는 전화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을 포기했다. ‘번호 운’이 없었다는 푸념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애초에 사용 이력이 없는 번호를 배정받았다면 이런 우려는 전혀 없다. 하지만 011, 019 등 01X 번호를 대체하기 위해 나온 010 통합 국번은 이미 92% 이상 사용되고 있을 만큼 포화상태다. 통신사 측이 ‘중고 번호’를 영구결번 처리하고 매번 이용자에게 새 번호만 부여할 여건이 안 된다.
통신사는 전ㆍ현 사용자간 생길 수 있는 혼선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사용 이력이 있는 전화번호를 새 이용자에게 부여하기까지 일정 유예 기간을 두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전 사용자가 무료 번호변경안내서비스를 1개월~1년 신청할 경우 동일한 기간만큼 해당 번호를 묶어두게 되며, 신청이 없을 때는 재사용 전 1개월의 유예기간을 둔다”고 설명했다. 타사도 비슷한 정책을 운용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런 상황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다. 사후에 자주 걸려오는 번호를 추려 통신사 서비스를 통해 통화거절등록과 스팸차단 등록을 하는 방법이 그나마 최선이다.
01X 번호로 3G, LTE 서비스를 이용하다 올해 말 010으로 번호이동한 이용자들은 모두 사용 이력이 없는 새 번호를 부여받았다. KT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 정책에 따라 이통사내에서 ‘3G나 LTE로의 한시적 번호이동’을 선택한 기존 2G 01X 이용자는 신청당시 변경될 010 전환번호를 미리 부여 받았다”며 “이 번호들은 이전 사용 이력이 없는 신규번호”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