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법을 만들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동양사태도 감독측면에서 소홀했던 탓이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규제를 강화하는 법만 많이 만들어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밀집한 ‘동(東) 여의도’에 근무하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西) 여의도’에 불만이 많다. 취재차 만나는 이들 중 긍정적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드물다. 일반 국민들의 정치불신도 높지만 한국 자본시장의 1번지 ‘동 여의도’가 보는 정치 1번지 ‘서 여의도’에 대한 시선은 더 싸늘하다. 최근 끝난 국정감사에서 나타난 정치인들의 구태적 모습에 대한 실망감도 더해졌다.

모처럼 주가가 2000선을 다시 넘어서면서 증권가가 들썩일 텐데 웬 불만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시가총액은 2008년 말 금융위기 당시 622조원에서 지난 9월 말 1292조원으로 배 이상 늘었지만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원으로 고점이던 2011년 9조원보다 3조원이나 줄었다. 그러다보니 위탁매매수수료가 수익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증권사들의 수익은 되레 쪼그라들고 있다. 뭔가 활로를 찾아야 하지만 이웃인 국회의 도움은 사실상 없다.

올해 4월에 통과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011년에 제출됐지만 국회에서 미적거리면서 1년 반의 시간이 그냥 흘러 버렸다. 핵심내용이던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들의 투자은행업무 허용의 경우 증권사들이 2011년부터 일찌감치 자본확충까지 해뒀지만 법 통과가 미뤄지면서 허송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법만 통과시켜놓았을 뿐 투자은행업무를 위해 꼭 필요한 증권사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완화는 ‘부지하세월’이다.

더 큰 문제는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식 입법 논의다. 이번달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예상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은행과 저축은행에만 적용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증권, 보험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벌써부터 이중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증권사의 경우 자본시장법(제12조ㆍ15조)상에 이미 대주주에 관한 인가ㆍ유지 조건이 있다. 금융관련법령이나 공정거래법, 조세 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거나 채무불이행으로 신용질서를 해쳤다면 증권사 문을 닫아야 하는 강력한 제재조항이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최근 동양사태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한발 더 나아가 ‘금산분리 강화’까지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도 금산분리의 핵심은 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 역할을 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은산분리’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업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법을 만들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동양사태도 법의 문제라기보다는 불완전 판매 등 감독측면에서 소홀했던 탓이 더 컸다. 이 때문에 동 여의도에서는 경제민주화 바람과 동양 사태 등의 기회(?)를 이용한 포퓰리즘적인 규제 법안들이 잇따라 입법화되는 것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규제를 강화하는 법만 많이 만들어내는 게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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